한국은행 긴축 신호와 겹쳐 정책 엇박자 우려 커져
"국채 갚겠다"는 정부와 정면충돌 부담도 작용? ? ? ?
캐시백 '돈 잘 쓰는' 상위층에 혜택 커 여당도 '긍정'
다만 당내 강경파 목소리 여전해 합의까지는 '진통'
추가로 걷힌 세금을 활용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주겠다던 여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을 사실상 선언해 돈줄 죄는 통화정책과 돈 푸는 재정정책 간의 ‘엇박자’ 우려가 커진 데다, '초과 세수 일부를 나랏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정부 반발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20일 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지급할 재난지원금에서 고소득층은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최근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존 계획과 함께, 전 국민에게 신용카드 캐시백을 주자는 방안도 여당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고소득층은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제외하고 신용카드 캐시백을 통해 ‘조건부 지원’에 나서자는 것이다. 고소득층에게도 일부 혜택을 주자는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캐시백이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지급 방식이란 점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미지급의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캐시백 비율과 상한선, 캐시백 대상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국은행이 긴축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낸 상황에서, 재정을 무조건 확대해 푸는 것이 정책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확산됐다. 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속 주장할 경우, '초과 세수 일부를 국채 상환에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정부와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어, 이를 피하자는 당내 온건파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때보다 재원을 덜 들이면서 사실상 전 국민 지원 효과를 낼 수 있고, 나머지 추경 예산은 나랏빚 갚는데 쓸 수 있어 당·정이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에선 여전히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 막판까지 합의안 도출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소상공인 피해 추가지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신용카드 캐시백 등 3종 패키지를 중심으로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내놓은 만큼 당·정 간 논의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소득하위 80~90%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내수진작과 경기부양을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구체안은 6월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기에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여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별 지원으로 아낀 추경 예산을 경기개선 효과가 떨어지는 영세자영업자 등에 추가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한국은행이 유동성 회수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을 하는 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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