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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경찰·언론인에 금품' 수산업자…수산업도 '가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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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사·경찰·언론인에 금품' 수산업자…수산업도 '가짜였다'

입력
2021.06.30 17:30
수정
2021.06.3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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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투자 빙자 116억 챙겼지만
어선·냉동창고·장비 구입한 적 없어
수산업체 주소는 어릴 적 살던 빈 집
5년 전 구룡포 고향서도 사기...복역
뒤늦게 사기 알게 된 피해자 '부르르'

현직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가 수산업체 주소지로 등록한 건물의 유리문에 30일 포항시의 '단수' 처분 통고서가 붙어 있다. 김정혜 기자

현직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가 수산업체 주소지로 등록한 건물의 유리문에 30일 포항시의 '단수' 처분 통고서가 붙어 있다. 김정혜 기자

현직 부장검사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수산업자 A(43)씨가 실제론 수산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수산업체로 소개한 회사 주소는 그가 어릴 적 살았던 경북 포항 구룡포읍 빈 집으로 드러났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 2월 A씨의 고향인 구룡포읍 구룡포리에 수산업체 'B물산'을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B물산 위치를 묻는 사람 중에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있었다. 구룡포리의 한 주민은 "자신을 김무성 친형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A씨를 아느냐' '수산업체를 하는 게 맞느냐'라고 물었다"며 "'그런 회사가 없다'고 알려주자 온몸을 떨며 돌아갔다"고 말했다.

현직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A(43)씨가 수산업체 주소지로 등록한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구룡포리 건물 외관. A씨가 어릴 적 살던 집으로, 수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빈 집으로 확인됐다. 김정혜 기자

현직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A(43)씨가 수산업체 주소지로 등록한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구룡포리 건물 외관. A씨가 어릴 적 살던 집으로, 수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빈 집으로 확인됐다. 김정혜 기자

A씨가 수산업체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온 B물산은 구룡포리에 주소만 둔 유령회사였다. 그는 자신을 수산업자로 소개했고, 주위에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했지만, 어선이나 냉동창고 등 관련 시설은 전혀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B물산의 주소지로 지목한 건물은 어릴 적 살았던 본가였다.

구룡포리 주민들은 A씨가 어릴 적 아버지가 오징어를 말려 팔던 것을 보고 가짜 수산물 업체를 차린 뒤 사기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16년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당시 피해자 중에는 구룡포읍에 살던 고향 친구들도 있었다. 그는 출소 후 구룡포리 본가에 외제차를 타고 나타나 지인들에게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이웃은 "A씨 아버지가 집 옆 공터에 덕장을 만들어 오징어를 말려 팔았지만 아주 오래전 일"이라며 "A씨가 가끔 동네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다들 '사기꾼'이라고 상대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올 4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올 1월까지 서울과 대구 등을 오가며 투자금 명목으로 7명에게 모두 116억 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선박 사업에 투자하면 선주가 될 수 있고, 수산물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몇 달 만에 3, 4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돈을 끌어모았다. 피해자 중에는 10개월간 30여 차례에 걸쳐 86억 원을 A씨에게 건넨 이도 있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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