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보안법 시행 1주년
경찰 1만명 배치·시위 금지…"재갈 물렸다"
민주 진영 말살, 자유 박탈… 암흑 속 홍콩
중국 베이징이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환호로 들끓는 동안, 홍콩은 무거운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혹여 베이징의 심기라도 건드릴까, 작은 말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않도록 삼엄하게 통제됐다.
이날은 홍콩에겐 ‘주권 반환 24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홍콩 전역엔 혹시 모를 소요사태에 대비해 경찰 1만 명이 배치됐다. 전체 경찰 병력 3분의 1에 달한다. 홍콩 시민들은 2003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권 반환일마다 민주화 시위와 행진으로 거리를 메웠으나,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회를 불허했다. 주요 행사들이 열렸던 빅토리아 공원도 봉쇄됐다. 경찰은 폐쇄 구역에 들어오면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AFP 통신은 “경찰은 중국 공산당 100주년에 저항하는 어떤 조짐도 짓밟을 준비가 돼 있었다”며 “한때 거침없던 금융 허브에 어떻게 재갈을 물렸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짚었다.
홍콩을 이끄는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베이징으로 날아가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주권 반환 기념식은 존 리(李家超) 정무부총리가 대신 맡았다. 행정장관이 주권 반환 기념식에 불참한 건 처음이다. 행사 자체도 홍콩에서 주로 쓰는 광둥어가 아니라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어로 진행됐다. ‘홍콩의 중국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이 나왔다.
리 부총리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사회가 혼란에서 벗어나 질서를 되찾았다”며 “홍콩 시민들은 언론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누리며 인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결연하게 국가 안보를 지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또한 보안법이 발효된 지 꼭 1년 된 날이었다. 법 시행 1년 만에 홍콩 민주 진영은 초토화됐다. 대규모 시위는 금지됐고, 민주화 운동가와 언론인이 줄줄이 체포됐거나 탄압을 피해 홍콩을 떠났다. 전날에도 경찰은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부수석 초우항텅(鄒幸?)을 불법집회 참여·선동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果日報)도 전방위 압박에 결국 지난달 24일 폐간했다.
홍콩은 숨죽였다. 기념식장 밖에서 민주화 운동가 4명이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인 게 그나마 눈에 띄었다. 경찰 200명이 이들을 에워싸고 행진을 막았다. 사회민주연선 부의장 라파엘 웡(黃浩銘)은 “경찰은 마치 거대한 적에 맞서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홍콩이 경찰 국가로 전락한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 언론 자유를 위한 마지막 공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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