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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산재 막겠나

입력
2021.07.1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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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 1월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9일 입법예고했다. 공개된 시행령은 법 적용 대상 질병이 급성질환으로 제한되고 경영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기준이 적시되지 않아 입법 취지인 산재 예방의 실효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모호하고 소극적인 시행령을 내놓은 정부가 무책임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을 더 수렴해 시행령을 수정하기 바란다.

우선 노동계가 반발하는 대목은 뇌·심혈관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 만성질환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점이다. 유독물질 중독 등 인과관계가 뚜렷한 급성질환만 포함돼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아무리 많아도 중대재해로 간주되지 않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시행령으로 중대 산업재해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보완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다. 명확한 기준 없이 ‘적정’ 인력 배치, ‘적정’ 예산 편성 등을 의무로 규정해 노사 모두 너무 모호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노동계가 요구해온 2인 1조 작업, 신호수 투입이 명문화되지 않아 고 김용균씨 사망 사고 같은 일을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경영자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논평했다. 산재는 못 막고 소송만 늘 게 뻔하다.

오랜 반대와 갈등을 거쳐 어렵사리 마련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소극적 시행령으로 무력화될 것이 우려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 떠넘길 생각을 하지 말고 시행령을 보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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