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후 2차 가해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에서 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이 확인됐다. 9일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중간수사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성추행을 당했던 이 중사는 곧바로 신고했으나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회유와 협박, 피해 사실 유포 등 극심한 2차 가해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대를 옮기는 과정에서 전출승인서, 지휘관의견서 등 공식 문건에 성추행 피해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돼 재배치받은 부대에서마저 2차 가해는 이어졌다. 성추행 피해 사실이 공공연하게 유포된 새 부대에서 17곳을 방문해 전입 신고를 해야 했던 이 중사는 결국 전입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피해자’라는 낙인과 자신을 향해 수군대는 분위기에 질식됐을 이 중사의 심리적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 군의 시스템 전체가 피해자를 도리어 사지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이 중사의 죽음 이후에야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도 전모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 합동수사단은 22명을 입건해 10명을 기소했으며 12명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해선 내사 단계라고 밝힌 데서 보듯 군 검찰과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 규명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군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대한 수사마저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수사 결과 발표에 반발하며 특임 군 검사를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의 이번 수사마저 흐지부지되면 군의 사법체계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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