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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아닌 선수들에게 박수를

입력
2021.07.1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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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18일 일본 도쿄역 광장에 설치된 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 시계탑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18일 일본 도쿄역 광장에 설치된 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 시계탑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 취재를 위해 일본 공항에 도착한 취재진은 레몬 그림을 한참 쳐다봐야 한다. 코로나19로 복잡해진 입국 절차 중 하나인 타액 검사 때문이다. 커튼 칸막이 안에서 혼자 플라스틱 튜브에 침을 담는데 채워야 할 양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검사실 벽에 붙은 매실 장아찌와 레몬 그림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폐막 때까지 매일 아침 타액 검사는 반복된다. 이런 고역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정말 특이한 올림픽이다. 개막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분위기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 메달을 셀프 수여하고, 관중도 없는 썰렁한 풍경을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서 진정 스포츠를 스포츠로만 볼 수 있는 올림픽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옴짝달싹 못 하는 저녁 시간 온전히 TV 화면 속 올림픽에 빠져들지는 않을까. 객석의 잡음이 사라진, 필드의 숨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다.

많은 것을 덜어내야 하는 이번 올림픽, 고질적인 성적에 대한 집착도 함께 덜어냈으면 한다. 그 비워낸 공간에 패자에 대한 위로와 연민을 풍성히 담아냈으면 좋겠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한국은 9개의 금메달과 3개의 은메달, 9개의 동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13개씩 땄던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에 비하면 저조했다. 이번엔 더 힘들어 보인다. 대한체육회의 금 7개 목표가 괜한 엄살은 아닌 것 같다. 체육회는 국민들의 성에 차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체육회만큼이나 선수들의 부담도 크다. 기대했던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선수들에게 돌아온 질책은 너무 뼈아프다. 죄인이라도 된 듯 “귀국 비용도 아깝다. 수영해서 귀국하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

선수들은 이번 무대를 위해 4년에 다시 1년을 더 기다리며 그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메달 색깔이나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축하받아 마땅하다. 이번 올림픽에선 메달의 숫자만 셀 게 아니라 노메달리스트에도 보다 많은 관심이 이어졌으면 한다. 패자에게 질책이 아닌 따듯한 위로가 전해지는 올림픽이라면, 코로나에 지친 전 세계인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불어넣을 수도 있겠다. 어려운 이들에게 더욱 잔인한 코로나 상황이기에 울림은 더욱 클 것이다.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상화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레이스를 끝내고 눈물을 터뜨릴 때 우린 함께 울먹였다.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가 다가와 이상화를 포옹하는 장면에서 또 다른 감동으로 울컥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태권도 이대훈이 보여준 패자의 품격을 기억한다. 8강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누구보다 아쉬웠을 그였지만 진심을 담은 박수로 승자를 축하해줬다.

올림픽에 대한 반감이 높지만 인간의 열정이 빚어낸 아름다운 몸짓은 또 우리를 감동시킬 것이다. 혼신을 다해 쏟아부은 그들의 땀방울을 누가 함부로 비난할 수 있겠는가. 승리에 보내는 환호만큼이나 패배에도 큰 박수를 보낼 수 있기를.

올림픽 무대에서 펼쳐질 선수들의 선한 투지와 순수한 열정이 우리 일상의 활기로 전염되기를 바란다. 코로나에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벼락거지’로 추락한 자존감을 올림픽의 감동이 어루만져 줄 수 있기를.

이성원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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