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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번 입금 받아 즉시 출금… 가짜 수산업자 빼돌린 돈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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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루 6번 입금 받아 즉시 출금… 가짜 수산업자 빼돌린 돈 어디로

입력
2021.07.22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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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집중적 사기행각으로 107억원 확보
"입금 받으면 즉시 현금화" 자금 행방 묘연
경찰 "전방위 로비 의혹 규명" 자금추적 주력
일부 피해자 입금 패턴 특이한 점에도 주목
박영수 전 특검, 수산업자와 모임 사진도 발견

2019년 10월 4일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가 박영수 전 특검 등과 골프 회동 후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모습. 왼쪽부터 언론인 출신 정치인 A씨, 건국대 전 이사장, 중소기업 회장, 여권 성향 전직 국회의원, 제약업체 회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건국대 교수, 건국대 교수, 가짜 수산업자 김씨. SNS 캡처

2019년 10월 4일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가 박영수 전 특검 등과 골프 회동 후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모습. 왼쪽부터 언론인 출신 정치인 A씨, 건국대 전 이사장, 중소기업 회장, 여권 성향 전직 국회의원, 제약업체 회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건국대 교수, 건국대 교수, 가짜 수산업자 김씨. SNS 캡처

경찰이 116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투자금 명목으로 입금받은 돈의 상당액을 현금화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자금 행방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일부 피해자들이 많게는 하루에 6번 김씨 계좌로 돈을 보내는 등 정상적 투자와는 거리가 먼 거래 행태를 보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력자에게도 120회 반복 사기

21일 한국일보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김씨 공소장 전문에 따르면, 김씨의 사기 행각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 A씨를 상대로 시작됐다. A씨는 김씨가 앞서 사기죄로 수감됐을 때 교도소에서 알게 된 사이로, 김씨에게 김무성 전 의원을 소개해주고 인터넷 언론사 부회장 직함을 주는 등 거물 행세를 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인물이다.

김씨는 A씨로부터 2018년 6월 11일 하루 두 차례(2,000만 원·1,045만 원) 입금받은 걸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2년 7개월간 120회에 걸쳐 총 17억4,832만 원을 계좌이체 방식으로 받았다. 1회 송금액은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1억 원으로 편차가 컸다. 송금횟수도 잦아서 많을 땐 한달에 12번, 하루에 6번에 이를 정도였다. 김씨는 "선박 및 오징어 사업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서너 배를 벌게 해주겠다"면서 A씨로부터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5월 김씨가 A씨를 통해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B씨 등을 소개받은 이후부터는 거래 규모가 커졌다. 김씨는 그달 B씨로부터 1억5,000만 원을 송금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0년 3월까지 10개월간 총 86억4,928만여 원을 받았다. 적게는 한번에 1,180만 원에서 많게는 9억 원씩 34차례에 걸쳐 김씨 계좌로 송금됐다. 건국대 교수 C씨는 2019년 5월~2020년 6월 5차례 계좌이체와 현금 전달 방식으로 2억3,000여만 원을 투자했다. 또 다른 피해자 D씨도 2019년 5월~2020년 10월 9차례에 걸쳐 5억 9,700만 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단기간에 규모 큰 사기… 범죄수익 행방 묘연

김씨의 사기 행각이 본격화한 2019년 5월부터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기 직전인 올해 1월까지 20개월 동안, 김씨 수중에 들어간 돈은 107억 원이 넘는 걸로 파악된다. 경찰은 자금 종착지가 파악되면 김씨의 언론계·법조계·정치권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김씨가 어디에 돈을 썼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김씨가 대부분의 돈을 고가 외제차(슈퍼카) 매입에 썼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실제 김씨는 리스(장기임대)로도 차량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회사 관계자는 "사건이 불거진 뒤 슈퍼카 9대 정도가 남았는데 모두 정리해도 10억여 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부 자금은 투자자 측에 전달됐지만 나머지 돈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투자금이 입금되면 즉시 현금으로 인출해 별도로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둘러싼 금전거래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모니터링에 포착됐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FIU는 1,000만 원 이상 모든 금융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상거래가 의심되면 관계기관에 통보한다.

경찰은 김씨와 일부 피해자들의 자금거래가 통상적 투자거래 양상과 차이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A씨와 B씨의 경우 송금 빈도가 지나치게 잦고 금액도 들쭉날쭉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2019년에도 박영수와 골프 후 만찬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외제차를 탄 모습. 김씨 SNS 캡처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외제차를 탄 모습. 김씨 SNS 캡처

'가짜 수산업자' 김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건국대 전 이사장 등과 골프 회동과 식사를 한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2019년 10월 4일 모임 사진에는 김씨가 박 전 특검과 A씨 등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건국대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김씨가 박 전 특검과 모임을 함께한 사진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말 김씨에게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이정원 기자
오지혜 기자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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