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불 상공에 전략핵폭격기 띄우고
바이든, 가니 대통령 통화 지원 약속
탈레반 "가니 물러날 때까지 평화는 없다"
"새 정부에 여성도 참여" 유화책도 제시
20년간의 주둔을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완전 철군을 눈앞에 둔 미국이 탈레반 때리기에 나섰다. 향후 미군의 빈자리를 틈타 세력을 확대하려 하는 탈레반 측에 미국이 아직까지는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8월 말 완전 철수까지 대(對)탈레반 공습을 지속하면서 아프간 정부군에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이지만 되레 탈레반은 집권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항구적인 양국 파트너십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아프간 국민을 위한 개발과 인도적 지원 등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했으며 아프간 보안군에 대한 지원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가니 정부를 향한 미국의 지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며칠간 미 공군 전략핵폭격기 B-52가 수도 카불 상공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B-52가 카불에 뜬 것은 최근 수년 만에 처음이다. NYT는 또 미군이 21, 22일 양일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등에서 탈레반 공습에 나섰다고 전했다. NYT는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철군을 본격화하고 바그람 공군기지를 아프간 측에 이양함에 따라 미군은 제한된 상황에서만 탈레반을 공습할 것이며 최소 8월 31일까지 공습을 이어갈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미군이 ‘야반도주’하듯 바그람 기지를 떠났지만, 탈레반을 겨냥한 공격 여력은 아직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탈레반은 미군의 공격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가니 정부를 축출하고 탈레반의 ‘지분’이 반영된 새 정부를 출범시키겠다는 목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카불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아프간에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샤힌 대변인은 “가니 정부의 휴전 요구는 탈레반의 항복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탈레반 세력은 미군 철수가 가시권에 들어온 이후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전체 행정구 400여 개 중 절반 이상을 점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전체 국경의 약 90%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집권 플랜도 가동 중이다. 샤힌 대변인은 “새로운 정부에서 여성들은 일하고, 학교에 가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전장에서의 탈레반의 성공은 싸움이 아닌 협상을 통해 이뤄졌다”며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군이 완전 철군하면 평화로운 과정으로 탈레반 주도 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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