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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구걸하지 않겠다”…中 왕이는 한술 더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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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구걸하지 않겠다”…中 왕이는 한술 더 떴다

입력
2021.07.27 13:55
수정
2021.07.27 14:09
8면
0 0

[中 셰펑 말폭탄 이어 왕이 美 셔먼에 초강도 훈계]
①체제 전복, 발전 방해, 주권침해 ‘3불가론’ 대못?
②"할 말 하겠다” 직설화법에 요구목록 먼저 전달
③블링컨 인도行 불만 ”美 꾐에 넘어가지 마” 손짓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접견하기에 앞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제공한 사진. 톈진=AP 뉴시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접견하기에 앞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제공한 사진. 톈진=AP 뉴시스


“셰펑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회담', 왕이 부장(장관)은 '접견'하는 자리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톈진 방문에 앞서 중국 외교부와 전문가들이 누차 강조한 말이다. 왕 부장은 셔먼 부장관보다 급이 더 높다는 의미다. 따라서 외교 관례상 좀 더 점잖은 말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중국은 말폭탄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며 미 대표단을 흠씬 두들겼다.

①왕이 ‘3불가론’ 대못박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톈진=AP 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톈진=AP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26일 자정이 다 돼서야 왕 부장 발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오전 회담에서 “중국을 악마화하지 말라”며 미국을 몰아붙인 셰 부부장의 날 선 비난을 실시간 공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강도는 더 셌다. 셰 부부장이 미국을 후벼 팠다면 왕 부장은 아예 대못을 박았다. 그는 △미국은 중국 사회주의체제에 도전하거나 헐뜯거나 전복을 시도하지 말라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지 말라 △중국의 영토와 국가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3불가론’을 주장했다. 특히 셔먼 부장관이 강조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해 “대체 규칙이 무엇인가, 미국의 룰을 왜 강요하는가”라며 “세계무역규칙을 위반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부터 반성하라”고 일갈했다.

②”눈치보지 않고 먼저 할 말 하겠다”

26일 셔먼 미 부장관과 회담하는 셰펑(오른쪽) 중국 외교부 부부장. 톈진=AP 연합뉴스

26일 셔먼 미 부장관과 회담하는 셰펑(오른쪽) 중국 외교부 부부장. 톈진=AP 연합뉴스


중국 매체는 “구걸하지 말고 미국의 오만함에 더 직설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대미 항전의 결기를 다졌다. 환구시보는 27일 “미 측에 강하게 불만을 쏟아낸 것이 인터넷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면서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회담에서 나온 거친 언사를 공개하지 않던 과거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지난 3월 중국 대표단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미국과 격렬하게 맞붙었던 알래스카 고위급회담의 후속편이라는 것이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사실상 붕괴된 트럼프 정부와 비교해 바이든 정부도 다를 바 없다”며 “중국의 마지노선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이를 무시한다면 이후 초래될 심각한 결과를 미국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회담에서 △비자제한 철폐 △제재 해제 △기업 탄압 중단 등 장황한 개선요구 목록을 미국에 먼저 전달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통상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은 수비에 급급하던 패턴에서 탈피했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선제적으로 요구 리스트를 꺼낸 건 양국 관계를 주도적으로 관리한다는 중국 외교의 ‘뉴 노멀’을 보여준 것”이라며 “미국의 응당한 조치가 없으면 관계 개선도 없다”고 평가했다.

③”美 꾐에 넘어가지 마” 인도에 손짓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인도와 쿠웨이트를 방문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인도와 쿠웨이트를 방문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처럼 중국이 큰소리쳤지만, 민주주의를 기치로 우군과 공조를 강화하는 미 외교전략은 여전히 껄끄럽다. 당장 26일(현지시간) 인도로 출국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행보에 중국은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국경 유혈충돌로 사이가 틀어진 인도는 미국의 대중 봉쇄망인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이다. 양국이 의기투합할 경우 중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은 틈을 벌리려 애쓰는 모습이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이 지역에 오랜 기간 투자를 해온 인도 정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인도는 코로나 백신 부족에 시달리는 반면 미국은 백신 비축량이 넉넉한 점도 갈등 요인으로 부각시켰다. 룽싱춘 베이징외대 교수는 “미국의 공허한 약속에 대한 인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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