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허익범 특별검사가 3년 전 내놓은 드루킹 댓글 조작 수사 결과는 사실 초라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로 수그러들긴 했지만 그 책임은 초동 수사를 한 검찰, 경찰에 더 있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늘 그러하듯 당시 검경은 늑장·부실수사로 오히려 수사를 방해했다. 눈치 빠른 검사들은 파견을 꺼려 특검팀 구성부터가 난항이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 BBK 특검과 대동소이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은 어쩌면 당연했다.
□ 불리한 수사 여건, 검찰수사에 머물던 역대 특검에 비하면 드루킹 특검은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정치권이 이런 우여곡절은 뒷전에 놓고 이해관계에 따른 발언을 쏟아내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몸통 수사를 위한 재특검을 주장하자, 홍준표 의원은 “그 사건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당시 검찰 수사를 문제 삼았다. 실제로 검경이 애초부터 제대로 수사했다면 사건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검경 단계에서 핵심 증거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는데 당시 수사방해 문제부터 특검으로든 밝혀낼 필요가 크다.
□ 정치권이 고민 없는 단편적 공방을 하는 건 무엇보다 정치가 여전히 인터넷 플랫폼과 댓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네이버, 다음의 포털에 걸린 기사 중에서 댓글이 많은 이슈를 그때그때 언급해야 지지율도 상승한다고 믿는다. 한 대선주자는 사석에서 여론의 가려운 곳을 잘 읽는 비결로 ‘댓글을 읽는데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대응과 공방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요즘 대선주자 지지도는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를 정도다. 드루킹 특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플랫폼과 댓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바뀌지 않은 탓이다.
□ 퓨리서치가 3월에 진행한 미국인의 뉴스 신뢰 요인 조사에서 우리의 댓글과 같은 SNS상의 공유, 코멘트, ‘좋아요’ 횟수는 6번째 변수에 불과했다. 언론사, 뉴스원, 직관적 판단, 뉴스 전달자의 신뢰 등이 더 중요한 요소였다. 뉴스의 공급과 소비를 포털에 집중하고 의존하는 우리의 구조와는 다른 데서 오는 차이다. 미국 방식이 따라야 할 표준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의 뉴스시장을 개편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드루킹은 언제든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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