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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그날처럼… ‘펜싱 어벤저스’ 금빛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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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그날처럼… ‘펜싱 어벤저스’ 금빛 포효

입력
2021.07.28 21:57
수정
2021.07.29 10: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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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압도하며 45-26 승리
코로나19 확진됐던 오상욱?
"이겨낼 수 있단 것 보여줘 기뻐"
"개인전 오심, 빨리 털어낸 게 승리 요인"
김정환 "도쿄 경험, 파리로 이어가길"

오상욱,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상욱,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승리를 거머쥔 오상욱(25·성남시청)의 포효가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 경기장 안에 울려 퍼졌다. 9년 전 그날처럼 압도적이었다. 4명의 태극전사 ‘펜싱 어벤저스’는 압도적 실력으로 왜 자신들이 세계랭킹 1위인지 증명해냈다.

오상욱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28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45-26으로 꺾었다. 2012년 이후 9년 만의 올림픽 2연패다.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검객’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땐 종목 로테이션으로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사브르 대표팀은 2017, 2018,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를 지키며 ‘펜싱 어벤저스’로 군림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하지만 개인전 성적은 아쉬웠다. 오상욱이 8강, 구본길이 32강에서 탈락했다. 특히 오상욱은 8강전에서 1점을 손해 보는 오심 논란까지 나왔다. 오상욱은 "아쉬웠지만 끝난 것은 끝난 것이고 단체전은 이제 시작이니까 빨리 단체전으로 마음을 전환하려고 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맏형 김정환은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지만 내심 금메달을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은퇴에서 복귀하며 태우고자 했던 마지막 불꽃을 동메달로 마무리하긴 아쉬웠다. 대표팀은 패배를 딛고 다시 힘을 냈다. 준결승에서 독일을 45-42로 꺾은 데 이어 이탈리아를 큰 점수 차로 제압했다.


구본길(왼쪽부터),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이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시상식에서 취재진에게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구본길(왼쪽부터),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이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시상식에서 취재진에게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첫 주자 김정환은 경기 초반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 선수와 칼 가드끼리 부딪치며 부상한 오른쪽 손목에 무리가 온 듯했다. 하지만 역전은 김정환의 장기였다. 5-4로 역전시킨 뒤 경기를 넘겨줬다. 두 번째 주자는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이었다. 차원이 다른 스피드와 스텝으로 5점을 내리 뽑아 라운드를 끝내버리며 이탈리아의 기선을 제압했다. 후배의 활약에 자극받은 듯, 구본길과 김정환도 각각 5-2, 5-1로 자신의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들어 추격을 시작했다. 짧게 치는 엔리코 베레의 스타일에 사정거리가 긴 오상욱이 말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상욱은 곧 자기 호흡을 되찾았다. 1점을 내주는 데서 6라운드를 막아냈다. 구본길, 김준호를 거치며 점수는 40-21로 더 벌어졌다. 마지막 주자로 다시 나온 오상욱은 5점을 먼저 뺏겼지만 무너지지 않고 다시 5점을 따오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펜싱 사브르 어벤져스 프로필

펜싱 사브르 어벤져스 프로필

이날 승리로 구본길 김정환은 2012년에 이어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2019년 은퇴했다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한 김정환의 기쁨은 남달랐다. 한국 펜싱 최초 올림픽 메달 3개를 이루고 싶어 복귀했지만, 메달이 4개로 늘었다. 그는 "훌륭한 지도자와 훌륭한 동료들에게 배운 게 싹터서 오늘이 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파리올림픽에는 아마 갈 수 없겠지만 그때는 도쿄의 경험을 가지고 지금보다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상욱은 코로나19를 극복한 태극전사가 됐다. 그는 지난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 사브르 월드컵에 출전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시대에 맞게 보여준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펜싱 선수로서 나이가 찬 선배들을 떠올린 듯 "이것이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3차전서 온두라스를 6-0으로 완파하고 B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도쿄=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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