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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체계, 밑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입력
2021.08.0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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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피해와 금융시스템 신뢰 상실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감독 당국은 내부통제기준 미흡 등을 이유로 금융회사들을 제재했고,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감사원은 사모펀드 감사 결과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규제 완화’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감독 소홀'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세상 일이 하나의 원인으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본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하여 금융회사, 금감원, 금융위 모두 비난과 질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서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외면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 처분하면서도 금감원 경영진에 대해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기도 했는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감독 소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의 권한 축소나 감시 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감사원의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위 '규제 완화'에 대한 지적 내용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조치 수준이 주의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를 만연히 치부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내용이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의 본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금융위는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반투자자의 투자 요건 등을 완화했고, 이로 인해 사모펀드 피해가 일반투자자에게 집중된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금감원은 이러한 금융위의 금융정책 결정에 부합하는 금융감독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의 지도·감독하에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금융감독 집행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금융 정책업무와 감독업무 간의 이상적인 견제와 균형을 기대하기 어려운 금융감독체계의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설령 이번 정부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방향 설정이라도 하는 것이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금감원의 권한 조정이든 통제 강화든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의 책임성 문제는 부수적으로 다뤄질 사안이지, 그 독립성에 앞선 본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이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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