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선주자 인터뷰]
당내 경쟁자 이낙연 반등은 "네거티브의 성공"
보수의 담론인 '성장' 앞세우고 기본소득 방어
외교·안보, 부동산 정책은 현 정부 기조와 비슷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잠재적 본선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 특유의 '사이다 화법'으로 거침없는 평가를 내렸다. "과외선생을 바꿔라" "장난하느냐" 등의 표현으로 두 사람이 국정 운영이란 막중한 책임을 지기 위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일갈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선 보수의 담론이었던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전환적 공정성장 전략'으로 우하향 중인 한국경제를 우상향하는 지속 성장 경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및 부동산 정책에서는 문재인 정부와의 전면적 차별화보다 발전적 계승에 초점을 맞췄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조기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포용 기조를 분명히 했고, 부동산 정책에선 △공공 중심의 공급 확대 △다주택자 부담 강화 △실수요자 보호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이어갈 구상임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
"윤 전 총장이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과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실제 폭발이 있었고 방사능 유출이 있었다. 지금 와서 (국정 운영) 공부를 한다는 것도 웃기는 얘기인데, 공부하려면 똑바로 해야 할 것 아닌가. 과외선생이 일본 극우인사 같다. 지금이라도 과외선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어떻게 보시나.
"출마회견을 봤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나(최 전 원장)는 아는 게 없어요. 나중에 얘기할게요'라는 취지로 답했는데, 일국의 운명을 책임지겠다는 분이 장난하는 것인가. 국민과 국가를 경시하고, 대통령직을 우습게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선주자라는) 엄청난 책임감 때문에 사실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정말 힘들다."
-결국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누가 될 것으로 보나.
"윤 전 총장이 될 거라고 본다. 야당의 다른 후보들에 비해 몇 가지 측면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이 눈에 띈다.
"이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를 보았다. 예비경선 단계에서는 네거티브에 방어하지 않았더니 내가 일주일 만에 이상한 사람이 됐다. 무능하고 대책 없고 말 바꾸는 불안한 사람처럼 된 것이다. 본경선 들어서는 네거티브에 방어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 지지율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 전 대표) 지지율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시 떨어지고 있다."
-당내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인해 최종후보 선출 이후에 '원팀'이 될 수 있을까.
“201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민주당은 격렬하게 경쟁했지만, 아름답게 원팀 정신으로 본선을 치렀고 승리했다. 아직은 회복하지 못할 정도의 선을 넘은 거 같지는 않다."
이 지사는 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경선 과정에서 격화하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 순간부터 실력과 정책에 대한 논쟁에 집중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해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며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당내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의 네거티브 공방이 임계수위에 달하면서 과열 우려가 제기되자 휴전 제안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최종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원팀'을 위해 경쟁주자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수 있나.
“당연히 할 것이다. 모든 후보가 단 하나의 손실도 없도록 힘을 모아 시너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분열해서 국민을 좌절하게 하면 안 된다."
-본선에 가면 야권이 음주운전 전력이나 '형수 욕설' 등 도덕성 검증을 집요하게 공격할 텐데.
"사실에 기초한 문제 제기라면 아프긴 하겠지만 어떻게 하겠나. 부족한 점은 채우고 잘못한 것은 계속 사과드릴 것이다."
-당 안팎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경기지사직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많다.
"지사직을 권세로 보느냐 아니면 책임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지사직을 유지하느라 경선에 제한도 많다. 시간도 부족하고 법률적 제약도 많다. 하지만 방역 상황이 심각한데 정치적 유불리를 좇아 1,380만 도민이 맡긴 공적 책임을 쉽게 던져서야 되겠나. 현재 대선 경선후보와 지사직 둘 중 하나를 사퇴해야 한다면 경선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보수의 담론인 '경제성장'(전환적 공정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저성장으로 인한 기회의 부족이 극한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어서다.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없어지면서 능력주의를 가장한 약육강식이 불공정과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런 비효율과 절망이 성장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정과 성장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소득과 관련해 "고소득층에 기본소득을 주느니 차라리 그만큼 세금을 덜 걷으라"는 비판도 있다.
"'화장실 가야 하는데, 굳이 밥 먹을 필요가 있냐'는 논리다. 국가의 기능이 국방과 치안에 한정됐던 시절 낡은 국가관에서 비롯한 비판이다."
-역세권 등에 '기본주택 100만 호'를 짓겠다는 공약에 대해 택지와 300조 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에 대한 지적이 많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본다. 100만 호 공약은 현 정부가 개발 가능한 택지로 계산한 205만 호의 절반가량인 100만 호를 기본주택으로 짓고, 나머지는 일반분양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철역이 아닌 토지를 수용해 새로운 전철역을 만들어 그 근처에 집을 짓겠다는 거라 택지는 문제가 없다. 따라서 분양원가도 1평당 1,000만 원도 안 된다. 30평대 조성원가가 3억 원 정도인데, (물량의 절반 정도를) 시중의 7억~8억 원보다 싼 5억 원대에 분양하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의 주택건설 비용은 분양대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된다. 자금 조달에 필요한 이자비용은 공공임대의 월세를 받아 충당할 수 있다."
-현 정부의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가 폭등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시적인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공약한 것처럼) 고품질 초장기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집값이 안정화될 것이고,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월세 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실거주용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실거주 주택과 업무용 부동산은 보호할 것이다. 실수요용이라면 금융 규제와 조세 부담, 거래제한 제도 등 세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대신 투자·투기용에 대해선 지금보다 부담을 강화한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남북·북미관계의 돌파구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소통의 노력이 중요하다.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공동번영 정책을 하나라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수 야권처럼 무력으로 북한을 압박해서 강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많이 시도해봤지만 결국 긴장만 높아지고 경제적 피해가 커졌다."
-북한 핵 폐기는 어떻게 달성해야 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톱다운 방식의 일괄 타결을 시도했는데 상호 신뢰가 충분하지 않아 잘 안 됐다. 미국을 설득해 '스냅백'(합의 위반 시 제재 복원) 방식의 단계적 동시행동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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