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 20년간 830억 달러 투입했지만
군경,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 의식 공유
문서상 30만 정부군, 실제는 6분의 1 지적도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은 속전속결이었다.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군 철수 선언 이후 고작 4개월이 걸렸다. 이달 말 예정된 미군 철수 완료 시한도 기다리지 않았다. 탈레반의 전광석화도 무섭지만 아프간 내부에는 더 비참한 이유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 부풀려진 군대 숫자,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감안하면 이미 진 전쟁이었다. 총체적인 무능에 미국의 환상까지 더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이 20년간 아프간 정부군의 무기와 장비 훈련에 약 830억 달러(약 97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탈레반은 (정부군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정부군 사이에서 '아슈라프 가니 정부를 위해 죽을 가치가 없다'는 믿음이 커졌다" "군경이 모두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의식을 공유했다" "탄약은 물론 식량까지 부족해지면서 전의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투력 대신 불신이 팽배했다는 얘기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아프간 정부군을 '유령 군인'에 빗댔다. 군인 숫자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NYT도 문서상 30만 명으로 기재된 아프간 정부군의 실제 숫자는 6분의 1인 5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고 폭로했다. 탈레반 병력은 8만 명으로 추산된다. 조직원은 6만 명 수준이지만 동조 세력까지 더하면 최대 20만 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상 병력 숫자에서 이미 진 셈이다. 게다가 미군 철수가 더해지면서 곳곳에서 도미노 패전으로 이어졌다.
부정부패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장병들의 급여를 노린 간부들이 병력 수를 허위로 기재했고, 정작 수개월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군인들은 지속적으로 탈영했다. 자국 방위가 최우선인 군 기강마저 흐트러졌다는 얘기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이 애초 성공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 대니얼 데이비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이렇게 밝혔다. "(2001년 9·11 테러를 이유로) 탈레반을 처벌하려 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이후 '국가 건설'이라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로 변경됐다. 아프간 지도자들의 부패를 은폐함으로써 그들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다. 20년간 매달린 성공에 대한 환상은 허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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