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도쿄지사 5년째 추도문 거부… “현재도 계속되는 간토 조선인 학살”

알림

도쿄지사 5년째 추도문 거부… “현재도 계속되는 간토 조선인 학살”

입력
2021.09.01 18:03
수정
2021.09.01 18:22
0 0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98주기 추도식]

1일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추도비 앞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서 전통무용가 김순자씨가 추모의 춤을 추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1일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추도비 앞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서 전통무용가 김순자씨가 추모의 춤을 추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우익 단체가 '헤이트 스피치'(차별·혐오 발언)를 하고 있으니 간토(關東) 조선인 학살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문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애도하는 98주년 추도식이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학살 사건이 발생한 지 10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일조(日朝)협회 도쿄도연합회와 일본평화위원회 등이 참여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실행위원회’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추도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1일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추도비 앞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서 추도식 실행위원장을 맡은 미야카와 야스히코(宮川泰彦) 일조협회 도쿄도연합회장(변호사)이 발언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1일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추도비 앞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서 추도식 실행위원장을 맡은 미야카와 야스히코(宮川泰彦) 일조협회 도쿄도연합회장(변호사)이 발언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실행위원장을 맡은 미야카와 야스히코(宮川泰彦) 일조협회 도쿄도연합회장(변호사)은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등 조선인 학살은 현재의 문제"라고 주의환기했다. 일본공산당 소속 후쿠테 유코 도쿄도의원 등 외빈 참석자들은 추도사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전 지사들과 달리 2017년부터 5년째 추도사를 보내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한국 전통무용가 석향 김순자씨는 진혼의 춤으로 희생자의 넋을 달랬다.

‘남자는 괴로워’ ‘황혼의 사무라이’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인 야마다 요지(90·山田洋次)는 추모 메시지를 보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이주해 일본어도 잘 하지 못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많은 조선인이 간토대지진의 패닉 상황에서 차별과 편견에 의한 폭력으로 살해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조선인을 비롯한 중국인과 아시아 여러 민족에 대한 이유 없는 오해와 편견, 차별의식이 전쟁과 깊이 결부돼 있음을 전쟁 전에 교육받은 우리 세대 일본인들은 잘 알고 있다"며 "그 사실을 후대에 전하는 것이 평화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1일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추도비 앞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서 일본공산당 소속 후쿠테 유코 도쿄도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1일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추도비 앞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서 일본공산당 소속 후쿠테 유코 도쿄도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1923년 9월 1일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타마 등 간토 지방을 대지진이 강타하자, 혼란한 상황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져나갔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관, 군인, 자경단원 등이 조선인을 죽창과 총으로 잔인하게 학살했다. 희생자의 수는 연구나 보고서에 따라 수백~수만 명까지 큰 차이가 나지만,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였던 독립신문은 6,661명으로 집계했다.

1일 오전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에서 개최된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 간토 학살 관련 사진 자료가 전시돼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1일 오전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에서 개최된 간토대지진 98주년 추도식에 간토 학살 관련 사진 자료가 전시돼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올해 추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현장에는 행사 관계자와 취재진만 참석했다. 우익 단체인 ‘소요카제(산들바람)’가 공원 한쪽에서 맞불 행사를 열었지만, 추도행사 주위에 펜스가 쳐지고 경찰이 배치돼 충돌이 일어나진 않았다. 이들은 6,661명이란 희생자 숫자가 거짓이라며 행사를 진행했으나, 한국 매체의 취재는 거부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