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를 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여부를 검토 중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의 '킹메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등장했다. 당내 기반은 약하지만 국민적 인기가 높은 두 사람의 연대가 과거 에도시대 말기 막부에 대항한 ‘삿초동맹’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9년간 집권당을 장악해온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쌍두체제에 도전하는 구상이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전 간사장이 자신의 출마를 포기하고 고노 장관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면서, 고노 장관 측에 자신이 중시하는 정책을 전하는 등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본인도 전날 방송에 출연해 “출마보다 내가 중시하는 정책을 어떻게 실현하는지가 중요하다. 출마하지 않는 경우, 고노씨를 지원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 고노 장관의 반응에 따라 직접 출마 가능성도 여전히 남겨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파 내부에서도 "출마 보류" 권유 목소리... 당원 표 분산 우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출마를 보류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이시바파 내부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이시바파 소속 마사아키 다이라 중의원은 고노 장관을 지지한다고 의견을 표명했고, 다른 간부들 사이에도 출마 대신 고노 장관을 지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시바파는 17명밖에 되지 않아 이시바 전 간사장이 출마하려면 다른 파벌에 손을 벌려야 하는데 내부조차 결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파벌 내 의원들은 특히 두 사람이 동시에 출마하면 당원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우려를 하고 있다. 고노와 이시바 모두 당내 주류의 지지보다는 국민적 인기가 높은 사람이라 당원 표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5일 교도통신, 6일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 결과 고노 장관의 지지율이 이시바 전 간사장보다 높았다.
아베-아소 타도 위한 고노-이시바 '삿초동맹' 결성되나
이에 이시바 주변에서 부상하는 것이 ‘삿초동맹’ 구상이다. 삿초동맹이란 에도 시대 말기 사쓰마번(지금의 가고시마현)과 조슈번(지금의 야마구치현)이 막부 타도를 목표로 맺은 동맹을 말한다. 6일 밤 TV아사히 프로그램에 출연한 언론인 고토 겐지는 “고노 장관을 이시바 전 간사장 그룹이 지원해, 9년 넘게 일본 정치의 골격을 유지하는 아베·아소 그룹을 밀어내고 고노 정권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2030세대 인기가 압도적인 고노와 50대 이상 중장년층에 인기가 높은 이시바의 인기가 더해져, 당원 투표에서 고노 장관이 크게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시바 간사장까지 출마할 경우 후보 난립으로 과반수를 획득한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결선투표가 불가피한데, 출마를 포기하면 고노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의 양자 대결로 흐르면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고노 장관이나 이시바 전 간사장은 국회의원 표가 대부분인 결선투표에선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 이미 이시바 전 간사장이 2012년에 당원·당우 투표에서 55%의 과반수를 획득하고도 결선투표에서 아베에 역전당한 전례가 있다.
고노, 아베·아소와 전선 긋고 이시바 지원 받아들일까
다만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원을 받아들일 경우 당내 영향력이 큰 아베·아소 측과 확실하게 전선을 긋게 되므로 고노 장관이 이를 수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총재 선거는 당원표와 국회의원 표가 동수로 반영되므로, 당원 표를 다수 얻었더라도 의원 표에서 크게 밀리면 어려워진다.
이미 아베·아소는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카이치 전 장관은 결선투표에 오를 가능성이 적어 ‘본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아베, 아소와 더불어 ‘3A’로 불리는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TV에 출연해 “스가 내각이 백신 접종이 느려 비판을 받았는데 담당인 고노 장관의 평가가 오르는 것은 이상하다”며 “기시다씨에 공감을 느낀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