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군 휴가 중 알바로 번 돈도 모두 엄마 주던 아인데"… 20대 노동자 작업 중 추락사

알림

"군 휴가 중 알바로 번 돈도 모두 엄마 주던 아인데"… 20대 노동자 작업 중 추락사

입력
2021.09.10 04:30
수정
2021.09.10 20:04
0 0

대학 졸업 후 아버지와 같은 회사서 일해
지하철 집진장치 설치하러 부자가 같이 일 나갔다 참변

9일 환기구 공사 도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마포구 공덕역. 최주연 기자.

9일 환기구 공사 도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마포구 공덕역. 최주연 기자.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서도 아버지 일을 돕던 착한 아들인데…"

20대 노동자가 또 일터에서 추락해 숨졌다. 전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맞은 뒤 팔에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쉬지 않고 일을 나갔다 참변을 당했다. 사고 현장에는 아버지가 함께 일 하고 있었지만, 비극을 막진 못했다. 경찰은 작업자들과 시공사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 지 조사하고 있다.

9일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6호선 공덕역·효창공원앞역 환기구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집진기 설치 공사를 하던 A(27)씨가 10m 깊이 환기구에 추락해 숨졌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8시 20분쯤 집진기 설치 작업을 시작했고, 자재 반입을 위해 철로 된 환기구 덮개를 열다 덮개와 같이 추락했다. A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1시쯤 숨을 거뒀다.

현장에는 A씨 아버지를 포함해 시공업체 직원 5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9~10m 정도 높이에서 추락했다"며 "안전장치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 등은 조사를 진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대학에서 항공 관련 전공을 했지만, 졸업 이후 평생을 전기공사 관련 일을 해온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빈소에서 만나 한 유족은 "얼마 전부터 아버지가 다니던 업체에 들어가 일했다"며 "군대에 있을 때도, 휴가를 나오면 아버지 일을 도와줄 정도로 착실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받은 일당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 어머니께 모두 드렸을 정도였다"고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유족은 "지역에서 민박집을 하는 엄마가 올라오기로 한 날 하필 이런 일이 터졌다"며 고개를 떨꿨다.

마포경찰서는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르면 도급인 등 사업주는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추락ㆍ낙하 및 붕괴 등의 위험 방지 및 보호에 필요한 가설기자재를 설치해야 한다.

원다라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