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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어디에 기울었는지 한국 스스로 판단해야"... 왕이, 협력·견제 메시지 동시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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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어디에 기울었는지 한국 스스로 판단해야"... 왕이, 협력·견제 메시지 동시 발산

입력
2021.09.15 20:20
수정
2021.09.15 20:3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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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경고, 견제, 두둔. 15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결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한국엔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되, 미국에 편중되지 말라는 은근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미국 주도의 군사정보 공유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향해선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날을 바짝 세웠다. 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다른 나라도 군사행동을 한다”며 감쌌다.

왕이 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한미가 밀착하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국 쪽으로 기울었는지 중국 쪽으로 기울었는지 당신들(한국)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책임을 넘겼다.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한미의 밀착 농도가 짙어지는 것을 적극 견제한 셈이다.

미 의회가 한국의 참여를 추진 중인 파이브 아이즈 관련 질문에는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이미 한참 전에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미국의 대중 방어망 격인 파이브 아이즈를 ‘구시대적 산물’로 치부하며 한국의 불참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우방인 북한은 감쌌다. 11, 12일 쏘아 올린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통상적인 군사훈련으로 치부했고,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가능성도 열어뒀다. 왕 부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각국을 초청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라며 “중국은 주최국으로서 IOC와 각국 지도자를 초청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왕 부장은 양국 간 협력 강화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자 관계 평가와 실질 협력 관련 논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한중은 연내 외교차관 전략대화 및 외교안보대화(2+2)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특히 중국 측에 게임, 영화, K팝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당부했다. 논의 과정에서 방탄소년단(BTS) 등 한국 연예인들의 팬클럽 계정을 정지하는, 중국의 ‘칭랑(淸朗ㆍ인터넷 정화운동)’ 특별 행동에 대한 언급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태석 선임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태석 선임기자

왕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협력 의지를 거듭 부각했다. 그는 “한중 양국은 비록 나라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도를 걷는 것을 지지하고 상대방의 핵심 관심 사안을 존중하는 전통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과의 오랜 유대를 감안해 ‘균형 외교’를 해 달라는 부탁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또 ‘삼십이립(三十而立ㆍ30세에 뜻을 확고히 세운다)’이라는 공자의 어록을 인용하며 “내년은 중한수교 30주년이다. 앞으로 30년 양국 관계 발전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우호 관계를 한층 다졌다.

문 대통령 역시 “(내년)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화 복귀 견인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 지속적 협력”도 당부했다. 이에 왕 부장은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적극적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김민순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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