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특별히 언급 안 한다" 신중
청와대가 16일 남북 간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군 당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하며 비난한 담화에 대응을 피하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우리 군의 SLBM 시험발사는 국방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의 반응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도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열린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우몽하기(어리석기) 짝이 없다.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경고했다. 김 부부장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와 관련해 수차례 담화를 발표했지만 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달 남북통신 연락선을 단절한 데 이어 이달에만 순항미사일에 이어 탄도미사일 도발 후 문 대통령을 비난하자, 청와대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당장 다음 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청와대는 다만 김 부부장이 기존 담화에 비해 비난 수위를 조절했고, 그간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격하하다 '대통령'으로 칭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 '남북관계 파탄'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한 점도 남북 간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이날 오후 NSC 상임위 정례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다.
야당은 청와대의 신중한 태도를 맹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5년 내내 대북굴종 자세를 보인 탓에 북한이 더 무모한 도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안보 위협을 강력 비판하고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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