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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는 음악"...세대 뛰어넘은 심수봉의 43년 음악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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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는 음악"...세대 뛰어넘은 심수봉의 43년 음악인생

입력
2021.09.20 12:42
수정
2021.09.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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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KBS2 추석 특집 비대면 콘서트서 150분간 20여곡 열창

19읿 방송된 KBS 2TV'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중 한 장면. KBS 방송 캡처

19읿 방송된 KBS 2TV'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중 한 장면. KBS 방송 캡처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여러분을 뵙다니 꿈인가 싶습니다. 무서운 코로나에도 굴하지 않는 것이 오늘 음악쇼의 콘셉트입니다. 무겁고 암담한 코로나 시대에 노래와 음악으로 던지는 응원, 제가 아직 살아있어서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추석 연휴 이틀째인 19일 가수 심수봉이 비대면 콘서트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날 저녁 8시부터 150분간 방송된 KBS 2TV '2021 한가위 대기획 -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에서였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추석 '테스형 신드롬'을 일으킨 나훈아 공연에 이어 KBS가 마련한 추석 특집 프로그램. 심수봉이 TV 특집 프로그램으로 단독 공연 무대에 오른 건 26년 만이다. 그는 비대면 관객 1,000명과 그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43년의 음악 인생을 노래했다.

코로나19 시대 희망의 메시지를 표현한 소년 발레리노 강리환의 퍼포먼스에 이어 무대에 오른 심수봉은 자신의 대표곡인 '그때 그 사람' '사랑밖에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로맨스 그레이'를 연달아 부르며 공연을 시작했다. "이런 무대가 너무 좋아서 춤까지 췄다"고 감회를 전한 그는 "한가위 연휴, 집콕 방콕 하자니 지루하고 답답하다면 제 음악으로 위로를 삼아달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뛰어난 가수이기 이전에 재능 있는 작사가이자 작곡가인 심수봉의 오랜 음악 인생을 20여 곡으로 압축해 보여줬다. 주종목인 트로트·발라드 크로스오버를 중심으로 재즈와 힙합, 국악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시도를 선보였다. 록 밴드 '논스톱'의 드러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재확인하듯 2007년 11집 수록곡 '유(You)'에선 직접 드럼 스틱을 잡고 현란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19읿 방송된 KBS 2TV'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중 한 장면. KBS 방송 캡처

19읿 방송된 KBS 2TV'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중 한 장면. KBS 방송 캡처

심수봉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과거와 현재를 함께 노래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서 과거 자신의 영상과 듀엣 무대를 펼친 뒤엔 후배 가수인 그룹 잔나비의 최정훈, 씨엔블루의 정용화, 양동근, 포르테 디 콰트로를 초대해 함께 무대에 섰다. 최정훈과는 '여자이니까'를 불렀고, 정용화과는 '비나리'를, 포르테 디 콰트로와는 '나의 신부여'를 부르며 호흡을 맞췄다. 협업 곡들에서 심수봉은 고풍스러운 창법을 유지하면서도 후배 가수들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조화로 세대를 뛰어넘었다. 심수봉은 "노래 하나로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선 공감을 하며 황홀했다" "이 노래를 젊은 세대가 같이 불러주는 게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처럼 고향에 갈 수 없는 실향민들을 위로하는 세 곡 '무궁화' '조국이여' '아리랑'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송에서 처음 공개한 '아리랑'에선 채향순 중앙무용단의 오고무, 광개토 사물놀이의 연주, 공연예술단체 뭄플레이의 안무에 현란한 시각효과가 더해져 공연에 역동성과 화려함을 더했다.

심수봉의 공연은 화려한 쇼맨십과 정치권을 꼬집는 소신 발언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나훈아 공연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업템포의 활기찬 노래보다 애수에 찬 느린 곡이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심수봉 스스로도 관객에게 전하는 소소한 메시지나 개인적인 이야기, 게스트와의 짧은 대화 외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했다. 배우 김승우가 잠시 등장해 진행한 비대면 관객과의 문답에서도 "음악과 사랑 중에선 음악을 선택하겠다"면서 "음악은 내게 주어진 삶의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이 없으면 지금까지 견뎌올 수가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바지 차림으로 코러스와 함께 '젊은 태양'을 부르며 흥을 돋운 심수봉은 마지막 곡으로 히트곡 '백만송이 장미'를 부르며 차분하게 끝을 맺었다. 마지막 인사는 역시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였다. "제 노래가 감히 선물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이 쇼가 끝나면 모두 똑같이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꼭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이 고난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이날 방송은 전국 평균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했다. 이번 공연 뒷이야기를 담은 특별판은 21일 밤 10시 10분에 방송된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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