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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마지막 비핵화 승부수는 '종전선언'... 중국에도 첫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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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마지막 비핵화 승부수는 '종전선언'... 중국에도 첫 제안

입력
2021.09.22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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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연설서 中 선언 주체로 첫 명시
짧은 시간 감안해 하향식 국면 전환 모색
기존 제안 반복 탓 북미 호응 가능성 낮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 제안으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엔 중국까지 선언 주체로 끌어들였다. 7개월밖에 남지 않은 임기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에도 평행선만 달리는 북미관계를 감안해 협상 교착국면을 일거에 반전시키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다만 무력 도발로 일관하는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미국도 북한의 선(先)비핵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제76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자로 나와 “남북과 미국, 또는 남북과 미국, 중국이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종전선언 동참을 호소했다.

"시간 촉박"... 톱다운식 해법 재가동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8년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고, 2019년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연설에선 “종전선언이 비핵화화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 입구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달라진 점은 남북미와 더불어 종전선언 주체로 중국을 처음 거론했다는 사실이다. 의도는 크게 두 가지다. 아직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을 수 있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을 앞세워 종전선언 성사 확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또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올림픽을 남북 고위급접촉 내지는 종전선언 무대로 활용하고 싶은 바람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 이상 실무협상 위주의 상향식 해법으로는 남북ㆍ북미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 역시 종전선언 제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짧은 잔여 임기 탓에 정상들의 종전선언과 같은 톱다운(Top-Down) 방식을 통한 ‘원 포인트 충격파’를 던질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北은 도발, 美는 냉담... 성사 여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K팝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인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K팝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인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관건은 실효성이다. 우선 미국의 동의를 얻었는지부터 불확실하다. 정부는 올해 5월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2018년 판문점ㆍ싱가포르선언과 함께 종전선언을 두고 양국 정상 간 공감대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 조치 연동 없이 종전선언을 합의문에 명기하는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도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가 종전선언을 띄우는 것에 회의적 태도였다”고 전했다. 미국 입장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의 ‘입구’가 아니라 실질적 조치에 따른 ‘보상’이라는 의미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미국의 인식은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면서도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약속’과 ‘가능한 계획’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종전선언에서부터 대화의 실마리를 찾자는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과 결이 확연히 다른 셈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낮다. 이미 북한의 속내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됐다. 정부는 당시 미국에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신고’를 조건으로 걸었다. 그러자 북한은 같은 해 10월 “종전은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꿔먹을 수 있는 흥정물이 아니다”라며 종전선언이 급하지 않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가뜩이나 북한은 15일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까지 감행하면서 ‘북한식 시간표’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별반 새로울 게 없는 남측의 종전선언 제안에 흥미를 느낄 여지가 적다는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찌감치 소진된 카드에 미련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용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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