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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는 듯... 이재명·윤석열의 '대장동 특혜' '고발 사주'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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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는 듯... 이재명·윤석열의 '대장동 특혜' '고발 사주' 대응법

입력
2021.09.23 09:00
수정
2021.09.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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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검찰 수사 의뢰하며 즉각 정면 돌파?
②'내가 아닌 당신들이 악' 프레임 전환
③"내부 총질 할 때냐"... 당내 견제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의혹이 대선 정국을 연일 흔들고 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윤 전 총장은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여 난타당하는 중이다. 두 사람이 형성한 ‘양강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들이다.

대형 위기를 만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대처 방식이 묘하게 닮았다는 분석이 많다. ①‘문제 될 게 없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고 ②의혹을 제기한 상대 진영이 악(惡)이라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으며 ③같은 진영의 경쟁자에게 ‘내부 총질’ 이미지를 덧씌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점이 판박이다.

①‘수사’ 의뢰하며 정면 돌파 “사실 아니면 다 물러나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주저 없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 사주 의혹을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제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저 하나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그냥 됩니까” 같은 직설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 지사 역시 19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 토론에서 “1원이라도 이득을 봤다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에서 다 사퇴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두 사람 모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판돈’을 키우기도 했다. 이 지사는 “수사 결과 어떤 의혹도 발견되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한 모든 주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윤 전 총장은 “무관함이 밝혀지면 책임을 운운한 정치인은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22일 “두 사람 모두 걸어온 싸움에는 정면으로 응수한다는 ‘싸움닭’ 기질이 있다”고 했다.

②프레임 전환… 고발 사주→제보 사주, 이재명 게이트→토건 비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오후 광주 남구 한 미혼모시설을 방문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오후 광주 남구 한 미혼모시설을 방문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면 돌파 과정에서 두 후보 모두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며 역공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공통점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고발 사주 의혹의 공익신고자인 조성은씨를 적극 활용했다. 조씨가 뉴스버스에 의혹을 제보한 이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이 개입한 정치 공작'이라는 연기를 피웠다.

이 지사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근무하고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고문으로 재직한 사실로 되치기를 시도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의 핵심은 토건 비리족과 국민의힘이 합작한 ‘토건 게이트’”라고 했다. ‘이재명 게이트’에서 ‘야당 연루 토건 비리’로 국면 전환을 꾀한 것이다.

③“내부 총질이라니"... 윤석열은 홍준표, 이재명은 이낙연 ‘견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긴급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긴급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두 사람의 또 다른 전략은 ‘내부 총질’ 프레임을 통한 경쟁자 견제다. 윤 전 총장은 11일 “아무리 경쟁한다고 해도, 어떻게 저쪽(여권)에서 총을 한 방 날리니까 바로 올라타 가지고 그렇게 합니까”라고 토로했다. “대국민 사과를 하라”며 파상공세를 펼치던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는 21일 “대장동 의혹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한 이 전 대표를 향해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의 음해적 정치공세에 편승하지 말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어느 당 소속이냐”(민형배 전략본부장) “야당 대변인인가”(현근택 대변인) 등 이 지사 대선캠프도 총공세에 나섰다.

‘판돈’ 키우다 역풍 맞을라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전략이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7, 1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4.4%포인트 오른 28.8%를 기록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여파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지사 지지율 추이는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되는 조사에서 확인될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이 절대 결백을 주장하며 '판'을 키운 만큼,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의혹을 뒷받침할 팩트가 확인돼 '거짓말 논란'까지 추가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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