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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매력도시 서울의 그늘

입력
2021.09.2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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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스타트업지놈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의 순위를 매년 발표합니다. 최근 발간된 2021년판에서 서울은 전 세계에서 열여섯 번째로 매력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도시로 평가되었습니다. 서울은 오랫동안 순위권 밖에 있다가 지난해에 20위를 기록하면서 공식순위에 등장하더니 한 해에 네 단계나 순위가 올랐습니다. 비록 이 평가가 정교한 학술적인 방법론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참여해온 글로벌 생태계 비교 연구들도 서울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입니다. 실리콘밸리(1위)나 베이징(4위)을 거론하면서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폄하하는 이들에게, 25년쯤 많은 이들이 애쓴 결과 이제 서울은 동남아 스타트업 중심인 싱가포르(17위)와 견줄 만한 곳이 되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서울에 와서 창업하는 것이 어떨까 고민하는 외국인들의 연락도 종종 받습니다. 학력이 높고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데다 우수한 교통과 통신을 바탕으로 빠르게 상호작용하는 수도권은 흥미로운 시장입니다. 바이오와 데이터 분야의 투자자금이 풍부하다는 이점도 있고, 최근 우리 대중음악과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의 문화적인 매력도 새삼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스타트업 생태계로서 서울의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는 이면에는 걱정거리도 좀 있습니다. 우선 서울이 각 지역의 유망 창업자와 초기기업을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핵심 기존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들이 모두 서울로 옮겨간다면 이른바 지역소멸은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각 지역의 과학기술 중점대학에서 탄생하는 우수한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유치하면 거의 예외 없이 서울로 거점을 옮깁니다. 주변지역에서 우수한 인력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역 간 불균형만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수도권 내에서도 불균형 문제가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 강남, 성수, 공덕의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서 이곳의 기존 주민이나 상인들이 밀려나는 양상이 일부 관측됩니다. 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사옥용 건물을 인수하는 추세도 이런 현상을 부추깁니다. 실리콘밸리나 텔아비브에서 일어났던 젠트리피케이션과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지역발전을 머리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입니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큰 기업이 되고, 다시 그 큰 기업이 스타트업에 인력, 시장, 자금을 공급하는 양의 순환고리가 완성되지 않으면, 모처럼 활성화된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어느 시점부터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규제와 제도에 속박되어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경험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노동법제, 금융법규, 인력수급체계, 그리고 무엇보다 갈등해결장치가 시대변화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아니 기업생태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들 제도에 대한 큰, 그리고 용기 있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말꼬리 잡는 유치한 대화들에 지치고 화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선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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