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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화 공세에도 정부는 계속 '신중 모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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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화 공세에도 정부는 계속 '신중 모드', 왜?

입력
2021.09.27 19: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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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선 복원 요구에 北 침묵
靑 "일희일비 않고 신중하게"
'비핵화' 빠진 남북대화 부담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2018년 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북측 통일각 앞에서 마중 나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2018년 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북측 통일각 앞에서 마중 나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뚜렷해진 북한의 평화 공세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계속 신중한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1년 넘게 남북대화가 단절된 만큼 이 정도 제안이면 반색할 법도 하지만, “발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진의 파악이 먼저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남북 통신선 복원을 대화 재개를 가늠할 1차 관문으로 제시했으나 북한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27일 통일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내내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전날 통일부가 “통신 연락선이 신속히 복원돼야 한다”면서 본격적 대화에 앞서 안정적 소통 기반 마련을 요구했지만, 호응하지 않은 것이다.

남북은 앞서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기념해 13개월 만에 통신선을 전격 재가동했지만, 북한은 불과 2주 뒤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실시를 구실 삼아 연락 채널을 다시 끊어버렸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양측의 원활하고 안정적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북측에 통신선 복원을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북측의 후속 조치를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 담긴 대남 제안이 정말로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국면 전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며 “북한의 진정성을 파악하려면 대화를 해야 하고, 대화를 위해서는 기초적 소통 수단부터 되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남북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김 부부장 담화는) 대화 여지를 과거보다 능동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유보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징검다리를 튼튼하게 하나씩 놓겠다. 그게 결과적으로 빠른 길”이라고 했다.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북한이 내민 선택지가 ‘거래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25일 담화를 통해 정상회담의 반대급부로 “이중 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논리를 단순화하면 미사일 발사 등 북측의 군사행동을 문제 삼을 경우 남북대화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조건을 덥석 받았다간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목을 매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용인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가뜩이나 북한은 최근 순항ㆍ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시험 발사하며 군사적 긴장 강도를 계속 올리는 중이다.

김 부부장 담화에 핵심 쟁점인 ‘비핵화’ 관련 언급이 전혀 없는 점도 정부가 망설이는 이유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동의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액션 플랜’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이 미국 등 주변국의 지지를 얻으려면 남북대화가 북미협상을 견인하고 실질적 비핵화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지가 북한에 있는지 여부가 국면 전환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란 뜻이다.


조영빈 기자
정지용 기자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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