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투자 74%' 韓 현지 제조업 큰 타격?
코트라 "로컬리스크로 인한 경영 실패 많아"
베트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산업 봉쇄 사태가 풀리기 시작했다. 현지에 진출한 9,000여 개에 달하는 한국기업들은 당국의 방역 정책에 큰 타격을 입고 피해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당초 '제2의 경제영토'라 불린 베트남 산업계의 한계를 확인하는 등 이른바 '로컬 리스크' 대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29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583명을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 평균이 9,000명대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뒤늦게 호찌민에서 3,417건의 확진사례가 발견됐지만, 이를 포함해도 감소세는 분명하다. 베트남 산업당국은 이에 성(省) 간 물류 이동 제한을 부분적으로 해제하고, 백신 접종이 완료된 기업들의 공장 운영을 순차적으로 풀고 있다.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던 한국 기업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지난 3개월 동안 물류 이동 제한과 생산인력 이동 금지로 몸살을 앓았던 북부의 제조업계는 밀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조업은 한국 기업 현지 투자의 74%를 차지하는 핵심 분야다. 유통ㆍ서비스ㆍ건설 분야도 붕괴된 공급망과 현장 상황을 수습하는 데 여념이 없다.
봉쇄 일변도의 악몽을 체험한 베트남 산업계는 현지 진출을 노리는 한국기업들에 신중한 접근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종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ㆍKOTRA) 동남아ㆍ대양주 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베트남 제조공장을 향한 외국인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제 한국 기업들은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등 전통적 투자 판단요소만 고려해 베트남에 진출하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화되는 전염병의 시대, 베트남 산업계는 진출국의 지역적 특성, 이른바 '로컬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확인이 투자 시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로컬 리스크는 △정치사회적 안정성 △국민성 △행정절차 투명성 △법률 체계화 정도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정부의 성향 등이 꼽혔다. 이 본부장은 "현지 한국 기업들이 준비 못 한 로컬 리스크로 경영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아 졌다"며 "베트남 신규 진출 기업은 반드시 부지가 위치한 현지의 특수성을 꼼꼼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악화된 현지 상황에도 한국기업들이 강점을 가질 신규 투자 영역은 존재한다. 베트남 중앙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현지 산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본부장은 "베트남이 금명간 하이테크와 바이오 분야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사전 준비만 잘한다면 관련 분야에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기업들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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