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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의 스타트업 '베끼기' 논란…"26번 허위 간병인 모집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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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HN의 스타트업 '베끼기' 논란…"26번 허위 간병인 모집공고"

입력
2021.10.07 04:30
수정
2021.10.07 09: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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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의 위케어 홈페이지 화면 캡처

NHN의 위케어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내 간판 정보기술(IT) 기업인 NHN의 스타트업 서비스 베끼기(카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NHN의 '간병인 매칭 플랫폼'에서 스타트업 서비스의 카피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다. 특히 NHN 직원들은 해당 스타트업 플랫폼에서 20여 차례의 허위 간병인 모집공고까지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해당 스타트업의 핵심 서비스를 주도 면밀하게 염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형 IT기업의 문어발 확장 논란과 맞물려 여당에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따져보겠다고 나섰다.

NHN 직원들, 1년간 허위 간병인 모집글 26건 올려

6일 업계에 따르면 NHN은 지난달 초 간병인 매칭 플랫폼 '위케어' 서비스를 내놨다. NHN은 앞서 지난 6월 30억 원을 투자해 '위케어 주식회사'란 첫 사내벤처를 세웠고, 이 사내벤처가 3개월 만에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당시 NHN은 이런 소식을 알리면서 '사내벤처' 성과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했다는 취지였다. 간병인 매칭 플랫폼은 간병인과 보호자를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위케어 플랫폼'은 에이치엠씨네트웍스란 스타트업이 7년에 거쳐 출시한 간병인 매칭 플랫폼 '케어네이션'을 베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케어네이션의 핵심 서비스를 그대로 구현한 데다, 최근 NHN 직원들이 지난 1년 동안 케어네이션 플랫폼에서 26번이나 허위 간병인 모집글을 올린 사실까지 확인되면서다.

에이치엠씨네트웍스와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NHN 직원 4~5명이 케어네이션 플랫폼에 신분을 속여 가입, 환자 보호자 행세를 하면서 26건의 허위 간병인 모집글을 올렸다. 이런 사실은 케어네이션이 자사 회원 명부와 위케어 등기부등본에 올라온 직원 명부를 대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케어네이션 서비스 내용. 앱통장과 수수료 정책이 소개돼 있다. 이 서비스는 위케어 플랫폼에도 적용돼 있다.

케어네이션 서비스 내용. 앱통장과 수수료 정책이 소개돼 있다. 이 서비스는 위케어 플랫폼에도 적용돼 있다.


위케어 플랫폼 캡처. 앱통장과 일한 만큼 수수료 내는 서비스가 소개돼 있다.

위케어 플랫폼 캡처. 앱통장과 일한 만큼 수수료 내는 서비스가 소개돼 있다.


허위글 작성자엔 위케어 대표도 포함

NHN 직원 4명이 돌아가면서 허위 간병인 모집글을 올렸는데, 여기엔 황선영 위케어 대표도 포함됐다. NHN 반기보고서를 보면 황 대표는 6월말 현재 NHN 법무실의 총괄이사도 맡고 있다. NHN 직원이 낸 허위 간병인 모집글에 황 대표가 신청해 허위 매칭이 되기도 했다. 일부 직원은 허위 글을 올리고 수시로 취소했다가 케어네이션으로부터 '로그인 제한'이라는 페널티도 받았다.

이후 NHN은 위케어 플랫폼을 선보였는데, 서비스 면면을 살펴보면 케어네이션과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업계 처음으로 앱통장으로 간병비를 지급하고 간병인들이 일한 날만 계산해 수수료와 보험료를 낼 수 있게 개발한 케어네이션의 시스템은 위케어 플랫폼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케어네이션 측에선 위케어의 홈페이지 화면 구성조차 베낀 흔적이 역력하다고 주장한다.

김견원 케어네이션 대표는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실제 간병인 회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앱통장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NHN은 우리 플랫폼에서 여러 방식을 시험한 뒤 좋은 서비스만 가져다가 플랫폼을 출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M네트윅스는 법인 설립 후 7년 만인 지난 2020년 처음으로 간병인 플랫폼 케어네이션을 선보였다. HM네트윅스 제공

HM네트윅스는 법인 설립 후 7년 만인 지난 2020년 처음으로 간병인 플랫폼 케어네이션을 선보였다. HM네트윅스 제공


NHN은 이에 대해 "후발주자로서 경쟁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건 당연하다"며 "더구나 매칭 플랫폼 특성상 서비스 내용은 거의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서비스 개선을 이뤄낸 것이지 베낀 게 아니란 논리였다. NHN의 위케어 지분율이 95%에 달해 사내벤처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사업 초기라 그렇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자생해야 하고 곧 외부투자도 받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금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스타트업 분야 침해 논란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꽃 배달·헤어숍 등 골목상권에 진출한 형태와 유사하다. 여당은 이와 관련, 7일 정우진 NHN 대표를 국정감사에 호출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타트업이 6~7년 동안 고민해 구현한 서비스를 대형 IT기업이 단순 이용으로 노하우만 익혀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공정한지 의문"이라며 "NHN이 이렇게 진출하면 전부 대기업만 이용하지 누가 스타트업을 이용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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