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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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Words : 여성의 언어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근본적인 개념이다
Feminism is the radical notion that women are human beings.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체리스 크라머래
Her View : 여성의 관점
<25> 여적여? 여돕여? (10월 7일자)
안녕하세요. 허스토리입니다. 코로나19로 집콕하는 시간이 늘면서, TV를 보는 날들이 늘어났는데요. 최근 TV를 보면서 '볼 거리가 정말 많아졌다!' 환호하는 사람, 저 뿐만은 아니지요? 과거 남성 연예인들이 장악했던 예능판에, 여성 출연자들이 늘어나고 여성 서사를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다채로운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 참 즐거운 일이지 않나요.
단연 Mnet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여성 서사' 붐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주 5회 방영분에서 제 마음을 콕 찌른 말이 있었어요. 라치카 팀의 리더 가비는 이어지는 경연 속에 다른 팀을 향해 뾰족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경쟁하고 있지만 서로 리스펙하긴 하거든요." 이 같은 마음은 라치카의 무대 설정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현장 무대에서는 자신들의 깃발 외에도 탈락한 크루의 것까지 포함한 깃발 8개가 허공에 나부꼈어요. 함께 무대를 지켜본 다른 크루들도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치고, 엄지를 치켜세웠어요.
'철녀(鐵女·신체나 정신이 무쇠처럼 강한 여자)들의 멋진 승부'가 대중 문화계의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어요. 때로 '악녀'란 철 지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의 승부에 음모는 없습니다. 지저분한 험담도, 불필요한 여론전도 없습니다. 나이 등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춤 실력으로만 존재를 증명합니다. 우리는 이처럼 정정당당한 여성들의 경쟁을 얼마나 보고 싶었나요? 합당한 일로 논쟁을 벌여도, 주체가 여성들이기만 하면 쉽게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자)'라는 딱지가 붙는 사회에서 말이죠.
올여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부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그리고 '스우파'까지. 대중문화 팬들은 여성들의 멋진 승부에 열광합니다. '언프리티 랩스타' 등 이른바 '기 센' 여성을 내세운 서바이벌 예능이 그간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2010년대 1세대 여성 서바이벌 예능과 오늘날 2세대 여성 서바이벌 예능이 확연히 구분되는 점은, 여성의 몸을 '보이는 몸에서 성취하는 몸'으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여성 서사는 우리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질까요? 한국일보 기사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철녀, 세상을 바꾸다 → https://url.kr/ix5kbp )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기 센 언니'가 아닌, '기세 좋은 언니'를 그리는 또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티캐스트 E채널 예능 '노는언니'인데요. 여성과 운동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오래된 편견을 깨고 '운동하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노는언니'가 불러온 변화는 상당합니다. 시즌 2를 띄운 방현영 CP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노는언니2'가 여성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이슈와 환경을 조성하는 선순환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응원 많이 해주세요!"라 외칩니다. 허스토리와 허스토리 독자들이 이에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어딨겠어요. (→ '노는언니' 방현영 CP 인터뷰 https://url.kr/48q2tx )
궁극적으로 우리는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인식되는 날이 오길 바라요. '운동하는 여자' '싸우는 여자' '경쟁하는 여자'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인간' '싸우는 인간' '경쟁하는 인간'으로 말이죠. 여성학자 정희진은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한국일보 서평 보기)'에서 '여.적.여'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는 기저에 인간의 기준이 남성인 사회가 있다고 말해요. 여자에게 주어지는 자리가 적기 때문에, 좁쌀만 한 자원을 두고 여자끼리 분열한다는 것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승격되어야 한다"면서요.
더 이상 '여자'라는 단어에 묶이지 말고, 우리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하고 싸우고 들이받아 보는 건 어때요? '스우파'의 멋진 크루들, '여자배구팀'의 국가대표 선수들, '골 때리는 그녀들'의 축구 신동들, '노는언니'의 기세 좋은 여자들처럼요. "저기 봐, 여자들끼리 또 싸운다"라 말하는 이가 있다면 "사람끼리 치열하게 논쟁하는 거거든요!" 맞받아치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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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Story : 여성의 이야기
워맨스가 필요해(SBS)
여자들이 혼자가 아닌 둘 이상 팀으로 뭉쳤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관찰하는 '여자 관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가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이런 통념을 전복하기 위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 포문을 열었습니다.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라는 단어는 문화 콘텐츠를 비평할 때 줄곧 사용된 단어이지만, 여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을 이르는 '워맨스(womance)'라는 단어는 참 낯설죠.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적대하는 여성들'이 아닌 교류하고 친밀한 여성을 조명하는 데에 인색했습니다.
한 아파트 다른 층에 사는 세 명의 여성, 오연수·윤유선·이경민이 특별한 우정을 더해내는 모습에, 여자가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는 게 아니라 '더해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훈련 슬럼프에 힘들어하는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광주여대 동료들의 관계를 통해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힘'이 여자라 강조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우리는 더 풍성한 여성 서사들을 만나고 있어요. 물론 갈 길이 아직 멉니다. 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분투하며 젠더 감수성을 발휘해 여성들의 서사를 길어 올리는 많은 창작자들에게 응원의 마음 보내는 것을 꼭 잊지 말아 주세요.
아, 참! 허스토리도요. 그간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여성 서사를 길어올리는 작업을 '곧' 시작합니다! 바로 '여.돕.여(여자를 돕는 여자들)' 시리즈인데요. 정치·문화·성폭력·창업·커리어 등의 영역에서 다른 여성을 돕고, 새로운 영역을 넓혀가는 여성들의 이름과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다음 달 공개될 허스토리의 새로운 도전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 본 뉴스레터는 2021년 9월 2일 출고된 지난 메일입니다. 기사 출고 시점과 일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즉시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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