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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장 흑역사' 예외 없었다… 시장 자리에만 오르면 쇠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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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장 흑역사' 예외 없었다… 시장 자리에만 오르면 쇠고랑

입력
2021.10.10 14:00
수정
2021.10.10 14:5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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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1~6기 시장 6명 모두 비리 혐의 재판
난개발 따른 인허가권 부당 남용하다 쇠고랑
지방자치 30년 민선 지자체 제도 불신까지
용인시 직원들 "얼굴 들기 부끄럽고 참담해"

용인시청 전경. 용인시 제공

용인시청 전경. 용인시 제공

정찬민(국민의힘 용인갑 국회의원) 전 경기 용인시장이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최근 구속되면서, 시장 자리에만 오르면 모두 법정에 서는 ‘용인시장 흑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1996년 시 승격과 함께 출범한 민선 1기부터 6기 시장을 지낸 정 의원까지 내리 6명의 시장이 예외 없이 비리 등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전례 없는 릴레이 형사처벌로, 1995년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민선 자치단체장 30년 역사에도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 같은 불명예를 안게 된 용인시민들과 공무원들의 표정엔 자조의 빛이 역력하다.

용인시장 잔혹사의 시작... '개발'

경기 중남부에 위치한 용인시는 과거부터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이 많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인정 받은 곳이다. 수도권광역개발계획에 따라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1970년대부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인근에 분당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접한 용인도 도시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1996년 시로 승격한 뒤 민선 1기 시장이 들어오면서 한적하던 농촌 마을에 아파트와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고, 단기간에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로 변해버렸다. 그사이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용인시장의 위상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각종 비리가 발을 붙이기 시작했다는 게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해온 토박이들의 설명이다.


20년 넘게 쉴세 없이 개발이 이어지면서, 이권을 챙기려는 건설업체와 인허가권을 부당하게 행사하려는 용인시 사이에선 '커넥션'이 형성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용인시청의 한 공무원은 "용인처럼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도시에선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한몫 챙기는 건 일도 아니다. 다른 어떤 지자체보다 청렴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수장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도시화가 부른 비리 복마전

민선 1기 윤병희 전 시장은 건설업체로부터 1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1999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윤 전 시장은 재판 중 다른 건설업체로부터 뇌물 7,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2심에선 징역 6년에 추징금 2억 원을 선고 받았다.

민선 2기 예강환 전 시장도 임기 중인 2002년 수원의 건설사 대표로부터 용인지역 4개 아파트단지 건축 인허가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현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직권남용)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구성읍 보정리(현 보정동) 일대에 아파트를 짓던 또 다른 건설사에 진입로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설계변경을 허가해 준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2003년 징역 5년에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민선 3기 이정문 전 시장도 뇌물의 덫을 피해가지 못했다. ‘용인 경전철’ 추진 과정에서 돈을 받아 징역 1년을 받았다. 이 전 시장은 교통수요 예측을 부실하게 진행하는 등 ‘용인 경전철’ 사업 관련 7개 항목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전기공사와 차량기지공사 하도급을 자신의 동생과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에 주도록 한 뒤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로 구속됐다.

개발 비리에서인사 비리까지

민선 4기 서정석 전 시장은 인사비리 문제로 재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를 받던 7급 공무원 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서 전 시장은 용인시 공무원들의 근무성적평정 서열을 멋대로 조작한 혐의(직권남용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인사과 간부 직원에게 각 부서장들의 인감도장을 만들게 한 뒤, 2008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6급 직원 4명의 근무성적평정 서열을 변경하는 등 인사전횡을 일삼았다.

민선 5기 김학규 전 시장은 앞선 1~3기 시장과 같은 뇌물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김 전 시장은 건설업자들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 등)로 징역 3년 6월에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4,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용인시가 추진하는 정비 사업을 계속해 달라는 업자들로부터 개인 소송에 휘말려 진행 중인 재판비용 2,000만 원을 대납한 혐의도 있었다.

민선 6기 정찬민 전 시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지난 5일 구속됐다. 정 전 시장은 2014년 7월 기흥구에 주택 건설을 시행하던 A사에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의 지인 등이 이 일대 땅을 시세보다 싸게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해 4억 6,000여만 원 가량의 혜택을 본 혐의를 받고 있다.

용인시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한 직원은 “군사정권도 아닌데 민선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연달아 벌어질 수 있는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불신까지 생기고 있어 참담하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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