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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대장동 신속 수사" 메시지, 참모들 두 번 만류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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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대장동 신속 수사" 메시지, 참모들 두 번 만류에도 나왔다

입력
2021.10.12 22: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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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에 첫 직접 메시지
"실체적 진실 규명에 총력"
?문 대통령-이재명 조만간 만날 듯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낸 건 처음이다.

메시지 내용은 원론적이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의혹에 깊이 연루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굳이 입장을 낸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경선 이틀 만에 "검경 철저한 수사"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이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대장동 의혹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한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의 만류도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5일에도 청와대는 “대장동 의혹 사건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박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당시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고 했으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참모들의 신중론에 물러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경선 불복 움직임으로 이재명 후보가 위축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장동 메시지'는 이 후보를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하다.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과 이 후보 사이엔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쌓인 '구원(舊怨)'이 있다.

"이재명 견제로 해석돼" 우려에도 '원칙' 선택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원칙론자'로서 행동하는 쪽을 택했다. 대장동 의혹이 지방자치단체와 정치·법조·언론계 등이 얽힌 대형 부동산 비리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국정 책임자로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투기 근절은 문 대통령이 수차례 천명한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신속한 진실 규명'을 주문한 것은 의혹이 커져 정권재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올해 4ㆍ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지 못한 결과 민주당이 참패한 바 있다.

당청 사전 조율... '갈등은 없다' 메시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민주당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 메시지가 나온 직후 “전적으로 공감하고 완전히 동의한다”는 당의 입장을 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곡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당청이 호흡을 맞춘 것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이재명 후보가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조만간 만난다는 사실을 못 박아 '신구 권력 갈등'으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장동 메시지가 이 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의도'가 무엇이든, 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을 이 후보는 껄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재보다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목적이 없는 원론적 내용으로, 우리도 신속한 수사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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