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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데몬이 있다, 그의 영혼을 닮은 동물이...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1.10.15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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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황금나침반' 속 세상은 우리가 사는 곳과 닮았으나 다르다. 데몬이라는 동물이 사람과 항상 함께 한다. 웨이브 제공

'황금나침반' 속 세상은 우리가 사는 곳과 닮았으나 다르다. 데몬이라는 동물이 사람과 항상 함께 한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바로 보기 | 8부작 | 15세 이상

비행선이 도시 위를 떠다닌다. 영국 옥스퍼드라고 하는데 대홍수로 도시가 잠겼다. 현대인 듯하면서도 우리가 본 적 없는 풍경. 가까운 미래는 아니다. 우리와 엇비슷한 모습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그렸다.

‘황금나침반’ 속 다른 세계는 교권이 지배한다. 기독교를 연상시키나 우리가 아는 그 종교는 아니다. 정치와 종교가 한 몸으로 지배하는 사회에서 대학은 유일한 ‘해방구’다.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태어날 때부터 데몬이라는 존재와 늘 함께 한다. 어렸을 적 데몬은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여러 동물로 변하나 어른이 되면 한 동물로 고착된다. 데몬은 그 사람의 심성을 드러내는 셈이다.

①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소녀

라이라는 신비로운 물건 황금나침반을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웨이브 제공

라이라는 신비로운 물건 황금나침반을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웨이브 제공

주인공은 소녀 라이라(대프네 킨). 비행선 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아기였을 때 삼촌 아스리엘(제임스 맥어보어)이 맡긴 옥스퍼드 조던대학에서 자랐다. 삼촌은 비밀스러운 탐사 활동으로 바쁘다. 학교는 그의 탐사를 위태롭게 여긴다. 라이라는 어느 날 대학을 찾아온 콜터 여사(루스 윌슨)로부터 런던에서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는다. 라이라는 같은 고아 처지인 친구 로저(르윈 로이드)와 런던으로 가고 싶으나 그는 갑자기 실종된다. 로저뿐 아니다. 떠돌이 민족인 ‘집션’ 무리에서도 아이들이 대거 사라진다.

친절하고 부유한 콜터 여사와의 삶은 안락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고 수상하다. 콜터 여사는 왜 자신을 거두어 주었을까. 조던대학 학장은 왜 황금나침반이라는 기이한 물건을 자신에게 주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고 했을까. 라이라는 뭐든 물어보면 답해주는 황금나침반을 아무런 학습을 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다. 그는 로저와 집션 소년들을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서는데, 그를 둘러싼 비밀과 더불어 세상을 위협하는 음모까지 점차 알게 된다.

②기존 질서는 옳은 것일까

라이라의 보호자를 자처한 콜터 여사는 부유하고 친절해 보이는데 그의 데몬은 예민하고 사나운 원숭이다. 웨이브 제공

라이라의 보호자를 자처한 콜터 여사는 부유하고 친절해 보이는데 그의 데몬은 예민하고 사나운 원숭이다. 웨이브 제공

라이라는 하얀 도화지 같다. 편견이 없다. 까닭 없이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 마음을 열면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이라의 이런 면모는 황금나침반을 쓸 수 있는 재능과 함께 그의 강력한 무기다. 그는 기존 질서에 복종하지 않고, 권위에 굴복하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모험을 하고 도전에 나선다.

판타지가 늘 그렇듯 ‘황금나침반’은 지금 이곳을 잊게 하며 현실을 각성시킨다. 교권은 이 세계의 기독교를 의미하면서도 억압적이고 교조적인 정치체제를 은유한다. 정의감 넘치는 주변부 인물들과 순수한 어린 세대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기존체제에 균열을 내려고 한다.

③소녀는 역경을 거쳐 성장한다

라이라는 거칠고 싸움에 능한 곰 이오네크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웨이브 제공

라이라는 거칠고 싸움에 능한 곰 이오네크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웨이브 제공

라이라는 모험을 하며 여러 친구를 사귄다. 갑옷을 입고 전투를 치르는 곰과 막역한 사이가 되기도 하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과도 마음을 터놓기도 한다. 그는 역경을 이겨내며 마음이 한 뼘씩 성장한다. 라이라가 펼쳐내는 모험담은 기존 영웅 서사를 닮았다.

드라마는 곳곳에 반전이 있다. 좀 지루해지려고 하면 생각지도 않은 내용이 펼쳐진다. 이 세계와 저 세계가 서로 연결되며 물음표를 쌓아가다가 어느 순간 의문들이 해소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영국 작가 필립 풀먼의 유명 동명 소설(원제는 ‘His Dark Materials)을 밑그림 삼았다. 존 밀턴(1608~1674)의 장편 서사시 ‘실낙원’이 소설의 모티프였다고 한다. 영화 ‘킹스 스피치’(2010)와 ‘레미제라블’(2012) 등으로 유명한 톰 후퍼 감독이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다. 후퍼 감독은 1,2회의 메가폰을 잡기도 했다. 흥미로운 원작이 안정적인 연출력과 만나 재미를 빚어낸다. 2007년 제작된 동명 영화보다 낫다. 상영시간 113분짜리 영화보다 드라마가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더 알맞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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