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검찰 수사 성급한 속도전 발목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가 구속을 면했다.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선 정국과 국민적 공분을 의식해 서두르다가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거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11일 조사를 받은 김씨가 뇌물 등 여러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 동력인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을 깎아내리자, 추가 소환조사 필요가 없다고 보고 귀가 당일인 12일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데는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의존해 성급한 수사를 펼친 탓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허술한 수사의 대표적 단면은 김씨가 올해 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인 유동규(52)씨에게 5억 원의 뇌물을 줬다는 대목이다.
검찰이 지난 3일 구속한 유씨의 구속영장에는 김만배씨가 수표 4억 원과 현금 1억 원을 유씨에게 줬다는 내용을 범죄사실로 적었다가 이날 열린 김씨의 영장심사에서는 현금 5억 원으로 정정했다. 검찰이 수표 추적 등 기본적인 수사를 거르고 속도전을 폈다는 의심을 자초한 셈이다.
검찰이 뇌물로 평가한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도 구체적인 대가성 없이 김씨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도 논란거리다. 사실상 뇌물수수자인 곽 의원 부자 조사도 건너뛴 채 섣불리 김씨의 인신 구속부터 노린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일각에선 "국민적 공분을 산 곽 의원 부자를 영장 범죄사실에 넣어 손쉽게 영장을 발부 받으려고 무리한 과속 수사를 한 것"이라 지적했다. 유동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김만배씨 조사는 빠져 통상적인 수사 방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의 '키맨'인 김씨의 신병 확보를 못하면서 검찰이 구속 만기일(20일)이 임박한 유동규씨 수사를 일단락짓는 것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씨의 구속영장에 뇌물로 적시한 '700억 지급설' 수사도 만만치 않게 됐다. 돈을 주고 받았다는 두 사람 모두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사인 '정관계 로비자금 350억설' 관련 수사도 지지부진해질 공산이 커졌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씨가 '성남시의장 30억, 시의원 20억 전달, 실탄(로비자금)은 350억 원'이라 언급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만배씨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반박하고 있다. '50억 약속 클럽'의 진위 규명도 속도가 붙지 않을 전망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법관과 검찰총장 출신 법조인 등 유력 인사 6명을 거론하며 50억씩 받는 멤버로 녹취록에 적혀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화천대유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고, 50억 클럽의 한 사람으로 언급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박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5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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