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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주정차금지 첫날… 현장선 “택배 등 단속 애매” 어려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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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주정차금지 첫날… 현장선 “택배 등 단속 애매” 어려움 호소

입력
2021.10.22 06: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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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세웠는데…" 곳곳 실랑이
'안심 승하차존' 부족 현장 혼란
준비 못해 광주·대전 단속 유예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 금지가 시행된 21일 서울 마포구 내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 금지가 시행된 21일 서울 마포구 내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주정차를 전면 금지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첫날인 21일. 이날 전국 초등학교와 유치원 인근에선 주정차하는 차량들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장에선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정법 시행을 위한 제반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단속을 유예하는 곳이 속출했고, 시행 지자체들도 계도 수준의 단속만 펼쳤다.

현장 불만 속출...구청은 단속 어려움 호소

이날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 정문 앞. 스쿨존 표시가 된 도로 위에 택배차량이 약 2분 동안 정차했다. 이를 발견한 마포구청 교통지도과 공무원들이 곧바로 차량에 다가가 '스쿨존 주정차는 불법'이라고 알렸지만, 택배기사는 "(불법인지)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차량을 멀리 대놓고 어떻게 운반할 수가 있겠냐"고 항의했다. 이어서 약 1분 동안 정차한 학원 차량도 "학부모가 애를 바로 태우는데 어떻게 안 서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관계자도 현장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구청 관계자는 "사실 택배나 학원 차량같이 잠깐 정차를 하는 차량은 단속이 애매하다"며 "이런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면 난리가 날 수밖에 없어 '오늘부턴 불법이 되니 알고 계시라'고만 안내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학부모들은 스쿨존 주정차가 금지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열 살 손자를 마중나온 안병남(65)씨는 "등하교 시 웬만하면 차를 가져오지 말라는 문자는 그동안 계속 받았지만, 스쿨존 주정차가 금지됐다는 사실은 지금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 금지가 시행된 21일 서울 마포구 내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 금지가 시행된 21일 서울 마포구 내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대안으로 '안심 승하차존' 마련해뒀지만...'역부족'

부득이하게 학교 인근에 대야 하는 차량들을 위해 마련한 '안심 승하차존'은 턱없이 부족했다. 안심 승하차존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통학거리가 멀어 차량을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주정차를 허용하는 구간이다. 서울 소재 스쿨존 1,741개소 중 안심 승하차존은 201개소(11.5%)에 불과해, 안심 승하차존이 있는 곳보다 없는 곳이 더 많다. 이날 단속을 벌인 동교초의 경우에도 안심 승하차존이 없다. 이로 인해 계도를 받은 학원차량 기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마포구청 관계자도 "추후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고만 답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안심 승하차존의 위치를 선정하는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고 차도 폭이 여유가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설치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안심 승하차존 확대를 위해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 승하차존이 설치됐다 하더라도 구간이 짧은 것도 문제다. 차량 2, 3대만 정차할 수 있다. 등하교 시간대 차량 여러 대가 동시에 몰리거나 일부 차량이 안심 승하차존 내에서 바로 떠나지 않고 머물 경우 승하차존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도 이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학부모나 인근 학원에 사전에 안내문을 보내 협조를 구하거나 학교 차원의 관리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속 유예한 광주, 전북...법 시행에 대한 준비 부족 지적도

지난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이날부터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가 예고됐지만, 일선 지자체 입장에선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단속을 유예한 지자체가 속출했다. 광주시는 19일 광주경찰청, 5개 자치구와 공동대책회의를 갖고 12월 말까지 3개월 동안 단속을 유예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대전에서도 자치구 5곳과 최근 협의를 거쳐 단속을 유예키로 했다. 정차의 경우 현장 단속은 물론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되더라도 계도를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도는 대체 주차장 마련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단속을 하지 않기로 했고, 향후 단속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 단체의 '후퇴' 명분은 제반 시설 부족, 시민 혼선과 마찰 최소화다. 지난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 지자체들이 아동 교통사고에 대한 인식 수준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시행된 스쿨존 주정차 금지 법안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당시 9세)군 사망 교통사고가 계기가 됐다.

우태경 기자
대구= 정광진 기자
천안= 이준호 기자
전주= 최수학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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