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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빈소 방명록 안 쓴 이재명... "빛은 그늘 덮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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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빈소 방명록 안 쓴 이재명... "빛은 그늘 덮지 못해"

입력
2021.10.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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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과오 있지만 사과 노력 평가돼야"?
송영길 "고인의 공식 사과 없어 아쉬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는 여야 정치인과 각계 원로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이 현대사의 고비마다 어둠과 빛을 함께 남긴 인물인 만큼, 빈소를 찾은 인사들의 표정은 더없이 복잡했다.

가장 먼저 달려온 '6공화국' 동지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한 '6공화국' 동지들이 가장 먼저 장례식장을 찾았다. 노태우 정권에서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빈소가 열리자마자 조문했다. 그는 "고인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교에 대해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분"이라며 "북방정책을 표명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하셨다"고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의 과오는 언급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의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과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이른 아침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고인이 소뇌 위축증으로 20년 넘게 투병 생활을 한 만큼, 모두 담담한 모습으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박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생전 인연을 돌아보며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편안히 잠드시길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6공화국'을 이끌었던 원로 정치인들이 모여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구영 전 검찰총장, 장호경 전 경호실 차장. 연합뉴스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6공화국'을 이끌었던 원로 정치인들이 모여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구영 전 검찰총장, 장호경 전 경호실 차장. 연합뉴스


이준석 "전두환과 노태우는 다르게 평가해야"

보수 야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12·12 군사 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을 주도한 잘못은 분명하지만, 가족이 '대리 사과'한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데 이들은 무게를 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고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는 다르게 추징금을 납부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해서도 가족을 통해 사과했다"며 "고인의 과를 오롯이 덮고 갈 수 없지만, 사과 노력은 다르게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과(過)보다 공(功)을 말하는 데 초점을 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인의 과오는) 장례식장에서 얘기를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고인이 재임 중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한국 사회의 조직폭력배를 전부 소탕한 업적이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과가 있지만 자제분들이 여러차례 사과한 것을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 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국민 앞에 겸허한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홍 의원만 방명록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당선된 첫 번째 민선 대통령으로서 소련의 붕괴, 독일의 통일 등 혼란스러운 국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처를 잘 하셨다"고 평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애도했지만… 방명록엔 이름 안 쓴 이재명

여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지만, 애도 메시지엔 온도차가 분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노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와 악수하며 위로를 전했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평가한다. 가시는 길이니까 (조문 와서) 같이 보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빈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진 않았다. 그는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한다"면서 "(조문을 한 건)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고인께서 살아 생전에 광주를 방문해 (5·18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행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과오는 과오이지만 생애를 두고 사과하고 특히 5·18 유족께 용서를 빈 건 그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정의당은 조문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건 역사의 무게와 오월의 상처를 망각한 것"이라며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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