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스타 펑솨이, 장가오리 전 부총리 관계 폭로
웨이보 등 중국 인터넷서 두 인물 금지어로 지정
스캔들 연상 단어, 초성 비슷한 단어도 검색 안 돼
'중국판 트위터'로 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검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중국의 여성 테니스 선수 펑솨이가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불륜 관계를 유지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대만권 언론에 따르면, 해당 포스트는 몇 분 만에 삭제되었고 웨이보 등에서는 '장가오리' '펑솨이' 등을 입력할 수 없는 상태다.
펑솨이는 2일 밤 웨이보에 있는 자신의 인증된 계정에 "장가오리와 동의하지 않은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폭로 내용을 보면, 장가오리는 톈진시 당서기로 재직하던 10여 년 전 강제로 펑솨이와 관계를 맺었다. 장가오리는 공산당 최고위직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연락을 끊었다가 은퇴한 이후 다시 펑솨이를 초대해 내연 관계를 만들었다. 펑솨이는 처음엔 거부하다 결국 이 관계를 받아들였다고 했지만, 맥락을 보면 100% 자신의 뜻에 다른 결정이라고 보기 힘들다. 펑솨이에 따르면, 장가오리의 부인 캉제도 이 불륜 관계를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펑솨이를 조롱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폭로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펑솨이 본인도 장가오리의 의심 때문에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 최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한 드문 성폭력 폭로 즉 '미투(米兎)'의 사례이기 때문에 중국 안팎에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 드라마 '총리와 나'도 필터링
해당 폭로 글은 웨이보에 약 20분 동안 머물러 있다가 삭제됐다. 펑솨이의 SNS 계정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댓글을 달 수 없는 상태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장가오리' 혹은 '펑솨이'를 쓰면 "규정 위반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삭제와 검열이 지속될수록 중국 네티즌들의 궁금증은 커져 갔다. 이들은 중국어 인터넷에서 큰 연예계 스캔들을 뜻하는 은어 '다과(大瓜)'나, '테니스' 혹은 테니스 라켓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 해당 사건을 에둘러 언급하고 있다. 이들은 장가오리'와 '펑솨이'를 각각 초성이 같은 '주거량(제갈량)'과 '푸사(보살)'로 대체해 표현했는데, 한때 이들 단어도 잠시 검열 상태가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동영상 사이트 '더우반'은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총리와 나'를 블라인드 처리하기도 했는데, 드라마가 고위 정치인과의 연인 관계를 암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부 이용자들은 '불륜 키스' 사건으로 사임한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의 기사를 끌어 올리기도 했다.
"중국 당국 '미투' 금기시, 고위층 치부 드러날까 봐"
중국 정부는 2018년 중국 내 성폭력 폭로 운동이 확산한 이후 이를 노골적으로 검열해 확산을 막는 모습을 보여 왔다. 중국 내 '미투'의 상징으로 불리는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은 그가 성추행 가해자로 폭로한 방송인 주쥔과의 소송에서 '증거 불충분' 이유로 졌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 중국 네티즌은 "연예계 성폭력 폭로를 필사적으로 막는 이유가 이를 계속 내버려 두면 더 위쪽의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장가오리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지지를 받는 인사로 2013년 시진핑 현 국가주석 집권 1기에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를 지냈고, 2018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펑솨이는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 랭킹 단식 14위, 복식 1위까지 올랐던 테니스 스타다. 대만 출신 셰수웨이와 복식조를 이뤄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적이 있으며, 단식으로도 US오픈 4강까지 오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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