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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급성 췌장염 사망 여대생... "병원들 모두 과실, 3억대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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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루프스→급성 췌장염 사망 여대생... "병원들 모두 과실, 3억대 배상" 판결

입력
2021.11.11 04:00
수정
2021.11.11 07: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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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루푸스' 앓던 여대생 급성 췌장염 발병
정밀 검사 안 해 원인 몰라... 뒤늦게 대학병원 전원
연휴 기간 겹쳐 복용하던 스테로이드제 투여 지연
법원 "병원들 연대 책임... 3억4,000만 원 배상해야"

스테로이드 주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테로이드 주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은 여대생이 크리스마스 전후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법원은 고인이 처음 찾았던 일반 의원과 전원 조치된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모두에게 과실이 있다며 유족 측에 수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부장 성창호)는 졸업을 앞둔 여대생이 급성 췌장염 악화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이 A 의원과 대학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억4,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의원이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아 피해자 병세를 악화시켰고, 응급 이송을 받은 대학병원도 약물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숨진 여대생은 발열 및 근육통으로 2017년 8월 A 의원에 내원했다가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했다. 피해자는 일주일간 입원 치료 후 퇴원했지만 4개월 뒤 고열과 근육통 증세가 재발했다.

피해자는 그해 12월 22일 A 의원에 다시 입원했지만, 구토와 소화불량까지 동반되는 등 상태가 악화됐다. A 의원은 당시 혈액검사 등 원인 감별에 필요한 정밀검사를 하지 않은 채 항생제 등만 투여하다가, 24일 피해자가 다섯 차례나 구토하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이후 복부 팽만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던 피해자는 26일 복강 내 출혈로 사망했다. 대학병원 측은 피해자의 사인을 루푸스 악화에 따른 급성 췌장염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의원이 피해자 발열에도 급성 췌장염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제때 하지 않아 병을 키웠다고 봤다. 이 사건 감정을 의뢰받은 한국분쟁조정중재원 감정의는 "환자가 갖고 있는 질환을 고려해 적어도 흉부 및 복부의 단순 영상의학 검사 등으로 합병증 가능성을 진단해야 했다"며, A 의원이 급성 췌장염 의심 없이 항생제 등만 투여한 것은 적절치 못한 치료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4일 피해자를 이송받은 대학병원이 자가면역질환자에게 필수적인 스테로이드제를 뒤늦게 투여했던 것도 의료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전원될 당시 자가면역질환 담당인 류마티스내과에선 협진 요청 회신이 곧바로 오지 않았고, 피해자가 복용 중이던 스테로이드 투여가 잠시 중단됐다. 이후 피해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진 26일에야 고용량 스테로이드제가 처방됐다.

대학병원 측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처방은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치료법이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 측은 피해자가 이미 복용하고 있던 스테로이드제를 중단한 것과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새로 처방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재판부 역시 "급성기 루푸스 환자에겐 기존에 사용하던 스테로이드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감정의 의견을 인용하며 병원 측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자가면역질환의 장기 침범을 의심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란 점과, 피해자가 대학병원으로 전원된 시기가 주말 및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의료진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했다.

이 사건은 A 의원과 대학병원 측의 항소로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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