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상승폭 제한' 사수했지만 의견 분분
내년 각국 더 강화된 탄소 감축 계획 내기로
신규 기금 조성 실패로, 선진국에 실망감도
전 세계 200여 개국이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고히 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간극을 이겨낸 것이다. 이로써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후대응 합의가 도출됐다. 하지만 "큰 한 걸음을 뗐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 단위로 걸은 셈"(하지트 싱 기후행동네트워크 수석 자문위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약 200개 참가국은 1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글래스고 기후 조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이번 총회는 이해당사자국 간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폐막일을 하루 넘긴 이날까지 진행됐다.
마지막까지 협상이 치열했던 분야는 석탄발전이었다.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문구에 석탄 사용 비중이 높은 인도와 중국 등이 반발하면서다. 결국 '중단'이 아닌 '감축'으로 용어를 완화해, "석탄발전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를 이번 조약에 담았다. 후퇴한 내용에도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합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COP 합의문에 석탄과 화석연료가 직접 언급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각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년 말까지 더 강화된 내용으로 제출하자는 데도 동의했다. 5년 단위의 기존 점검 시기보다 앞당긴 것이다. 이대로라면 "온도 상승폭이 2.4도에 달한 것"이라는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의 분석처럼, 현재 각국 감축 계획의 부족함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 적응기금을 2025년까지 현 수준(2019년 기준 약 23조6,000억 원)의 최소 두 배로 증액하기로 했다. 탄소거래와 국가들의 배출량을 감시·보고하는 내용의 지침이 채택되면서 6년간 끌어온 '카토비체 기후 패키지'(파리협정 세부 이행규칙)도 완결됐다.
우여곡절 끝에 협상은 타결됐지만 구체적 시행안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기후 관련 정치지도자 그룹 대표로 참여한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약간의 진전을 이뤘지만, 기후 재앙을 피하기에 충분하진 않다"며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트위터에서 이날 합의에 대해 "요약해줌: 어쩌고저쩌고(Blah, blah, blah)"라고 혹평을 남겼다. 기후위기 피해에 취약한 77개 개도국 그룹(G77)이 주장했던 '글래스고 손실 및 피해 기금' 설립이 무산된 것과 관련,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향한 비난도 컸다. 케냐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우 소장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사람들의 요구는 부국의 이기심에 희생됐다"고 꼬집었다.
물론 합의 도출 자체의 의미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안을 "1.5도 제한 목표만 간신히 살아남았다"면서도 "석탄 시대의 종말이라는 신호를 보낸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조약의 성과는 실제 석탄발전소 감축 조치와 내년 말 제출될 각국의 새 NDC 내용 등을 봐야 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AE) 사무총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선진국이 개도국에 모범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바라기만 해선 안 된다"며 선진국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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