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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최고의 빌런 '로키', 장난의 신이 돌아왔다

입력
2021.11.27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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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디즈니플러스 '로키'

편집자주

극장 대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작품을 김봉석 문화평론가와 윤이나 작가가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한국일보>에 연재됩니다.


디즈니플러스 '로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마블 스튜디오의 새 시리즈다. IMDb 제공

디즈니플러스 '로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마블 스튜디오의 새 시리즈다. IMDb 제공

마블과 DC의 세계에서 히어로의 반대편에는 빌런이 있다. 사람들을 돕고 정의를 추구하는 히어로와 세상을 파괴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빌런. 하지만 권선징악으로만 일관하는 세계는 지루하고, 유치하다.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세계도 이제는 선과 악의 기준이 심하게 흔들리고, 히어로와 빌런의 경계도 자주 희미해진다. DC의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 캣우먼, 할리퀸, 포이즌 아이비 등은 선악의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모호한, 그래서 자유로운 존재다. 영화로 만들어진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빌런 그 이상이다.


마블 최고의 빌런 로키가 장난의 신으로 돌아왔다. IMDb 제공

마블 최고의 빌런 로키가 장난의 신으로 돌아왔다. IMDb 제공

마블에서는 로키가 대표적이다. 아스가르드의 신인 오딘과 토르, 로키는 북구 신화에서 가져온 캐릭터다. 장난의 신 로키는 출생의 비밀이 있고, 형 토르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도 있고, 사리사욕과 명예욕도 강하다. '토르: 천둥의 신'에 처음 등장한 로키는 토르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이 모두 힘을 합치는 '어벤져스'에서는 무려 메인 빌런이었다. 치타우리 외계인을 이끌고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로키는 무척 강력해보였다. 비록 헐크에게 무시당하고, 타노스의 수하인 것이 밝혀지면서 코믹한 캐릭터가 되어버렸지만.

'토르: 다크 월드'와 '토르: 라그나로크'를 거치며 로키는 평범한 빌런 캐릭터를 초월한다. 단지 개과천선하여 착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은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장난스럽고 제멋대로이기는 하지만 로키에게는 명확한 의지와 윤리가 있다. 빌런 이상이 된 로키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에 저항하다가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로키는 히어로 이상으로 팬들이 사랑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특히 여성들이 애정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분명 로키는 죽었는데 디즈니플러스 '로키'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IMDb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분명 로키는 죽었는데 디즈니플러스 '로키'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IMDb 제공

로키는 죽었는데,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로키'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 일행은 '어벤져스'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타노스의 손짓으로 사라져버린 절반의 인간을 되돌리기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가져와야 했다. 무사히 임무는 끝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체포된 로키가 우연히 '스페이스 스톤'을 손에 넣자 포털을 열어 사라진 것이다. 그러니까 '인피니티 사가'의 로키는 타노스에게 죽었지만, 어벤져스가 2012년의 뉴욕으로 가서 새롭게 열린 타임라인의 로키는 '로키'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면 '로키'를 보자.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인피니티 사가'는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끝난다. 새로운 연대기는 '블랙 위도우'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봉이 밀리면서 디즈니플러스의 '완다비전'으로 막을 열었다. '완다비전'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죽은 비전을 그리워하던 완다가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비전과 가정을 이루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이야기다. '완다비전'의 결말에서 완다는 마법의 힘을 얻어 스칼렛 위치가 되고, 내년 개봉할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팔콘 앤 윈터솔져'는 팔콘이 2대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스토리다.


'로키'는 시간과 공간을 이동한 로키의 멀티버스(다중 우주) 모험담이다. IMDb 제공

'로키'는 시간과 공간을 이동한 로키의 멀티버스(다중 우주) 모험담이다. IMDb 제공

'로키'는 로키의 멀티버스(다중 우주) 모험담이다. 시공을 이동한 로키의 앞에 무장한 TVA 헌터들이 나타난다. TVA(Time Variance Authority)는 타임라인을 어지럽히는 '변종'을 체포하여 신성한 타임라인을 지키는 조직이다. 과거 우주의 멀티버스는, 서로 자신의 세계를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벌이다가 모두 멸망할 위기를 겪었다. 세 명의 타임 키퍼가 등장하여 멀티버스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정리했고, 중심이 되는 타임라인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막는 TVA를 창설했다. 이것이 TVA의 공식 입장이다.

TVA의 모비우스 요원은 타임라인을 망가뜨리는 변종을 잡기 위해 로키의 협조를 요청한다. 변종의 정체는 멀티버스의 다른 로키였다. 장난이 심하고 머리도 좋은 변종 로키는 TVA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무한한 멀티버스의 어딘가에 숨어 있다. 모비우스와 로키는 종말이 다가오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변종 로키의 흔적을 찾는다. 하지만 로키가 고분고분할 리는 없다. 로키에게는 자신만의 목적이 있고, 갖은 꼼수를 부린다.


멀티버스는 앞으로 마블 세계관의 중심이다. IMDb 제공

멀티버스는 앞으로 마블 세계관의 중심이다. IMDb 제공

앞으로의 마블에서는 ‘멀티버스’가 중심이다. '완다비전'과 '로키'에서 멀티버스를 시작했고, 12월 개봉할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을 통해 멀티버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로키'의 결말에서 멀티버스가 붕괴하는 사건이,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에 바로 이어진다는 설도 유력하다. 새로운 '사가'의 메인 빌런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정복자 캉도 '로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TVA와 멀티버스의 배후에 정복자 캉이 있다. '로키'는 '완다비전'과 함께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무래도 멀티버스는 낯설고, 복잡한 개념인데 '로키'에서 어느 정도 개념과 역사를 쉽게 정리했다. 모든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과 인간이 역사와 세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자유의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잘 그려냈다.

멀티버스가 슈퍼히어로의 세계에서 중요해진 이유는 코믹스 세계의 사정 때문이다. 캐릭터를 소유한 DC와 마블은 다양한 작가를 통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세월이 흐르며 인기가 없어진 캐릭터는 조용히 퇴장시키고, 과거의 캐릭터를 되살려 새로운 개성을 부여한다. 역사가 오랜 슈퍼맨과 배트맨도 엄청 다양한 설정과 스토리가 존재한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도 다양한 버전의 스파이더맨이 나온다. 한 캐릭터의 다양한 버전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좋은 수단이 바로 멀티버스, 다중 우주다. 이 우주에는 피터 파커의 스파이더맨이 있고, 다른 우주에는 흑인 마일즈 모랄레스의 스파이더맨이 있다.


디즈니플러스 '로키' 포스터. IMDb 제공

디즈니플러스 '로키' 포스터. IMDb 제공

하지만 시대에 맞게, 작가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버전의 캐릭터를 만들면서도 메인이 되는 캐릭터는 있다. 마블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는 코믹스의 다양한 버전을 참고하여 메인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멀티버스의 본격적인 진행은 앞으로 영상에서도 코믹스처럼 한 캐릭터가 동시에 다른 버전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로버트 패틴슨의 '더 배트맨'이 나오면서, 다른 배우가 배트맨 TV 시리즈에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이미 DC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와 드라마 '슈퍼걸', '슈퍼맨과 로이스'에서 다른 슈퍼맨이 등장했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에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과거의 스파이더맨들이 나온다는 루머가 있듯이, 이제 DC와 마블의 팬들이라면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다양한 슈퍼히어로를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로키'에서 여성 로키, 흑인 로키, 올드 로키, 악어 로키를 보았듯이. 이후 마블의 작품들을 즐기기 위해서, 시즌2가 확정된 '로키'는 필수적으로 봐야만 한다. 참 교활한 마블이다.

김봉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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