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쇼핑족과 일부 병원, 실손보험 적자 키워
실손보험 보험료 연이은 인상 예고
병원 이용 적은 보험 가입자만 피해
# 직장인 이모씨는 올해 초 어깨가 아파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의사 진찰 후 간호사와는 다른 차림의 '상담사'에게 붙잡혔다. 상담사는 먼저 실손보험을 언제 들었냐고 물었다. 10년 정도 지났다고 답하자 "환자 부담은 적다"며 회당 25만 원짜리 도수 치료를 소개했다. 10회 결제 시 1회 무료라는 말에 넘어간 이씨는 "치료는 많이 받고 돈을 적게 낸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비급여 진료까지 보장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손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보험 가입자의 과잉 진료와 이를 돈벌이로 악용하는 의료기관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실손보험이 '보험금 타먹는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료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데, 병원 이용이 적은 일반 가입자에게 피해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료 100만 원 받아 보험금 131만 원 지급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는 1조9,6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손해액을 보험료로 나눈 손해율은 131.0%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보험료로 100만 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1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손보업계와 생보업계를 더한 연간 실손보험 적자는 3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대 손실 규모였던 2조5,000억 원(2019년·2020년)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손보험이 해마다 적자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과잉 진료다. 실손보험 중 손해율이 가장 높은 상품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팔린 1세대로 140.7%에 달한다. 이후 2017년 3월까지 출시된 2세대 역시 손해율이 128.6%로 높았다.
1·2세대 실손보험은 최근에 등장한 3·4세대보다 보험료가 비싸지만 보험금은 많은 '알짜 상품'이다. 보험업계에선 1·2세대 가입자 가운데 이런 상품 구조를 악용해 걸핏하면 병원을 찾는 '의료 쇼핑족'과 전문 상담사까지 두면서 과잉 진료를 조장하는 일부 의료기관이 적자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5년 갱신 주기 반영하면 보험료 2배 뛸 수도
실제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 명(단체 제외) 가운데 보험금을 1,000만 원 넘게 받은 가입자는 전체의 2.2%인 76만 명이다. 도수 치료, 백내장 관련 치료 등에 보험금이 많이 지급됐다. 반면 실손보험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는 전체의 60%에 달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적자를 메우려면 지난해 기준 2,731만 명인 1·2세대 가입자 중심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료가 2020년 9%, 올해 10~12%에 이어 또 오르는 것이다.
문제는 병원 이용도 하지 않고 오르는 보험료만 내는 일반 가입자들이 안아야 할 부담이다. 1·2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최대 5년 주기로 한꺼번에 바뀌는 구조인데, 최근 연이은 인상을 반영하면 2배 넘게 뛸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보험료를 내년에도 올려야 적자를 줄일 수 있다"며 "1·2세대 가입자는 갱신 주기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늘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은 최대 5년 동안 쌓였던 인상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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