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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성고문 사건 피해자 권인숙 "살육주범은 천수 누리고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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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성고문 사건 피해자 권인숙 "살육주범은 천수 누리고 사망"

입력
2021.11.25 10:00
수정
2021.11.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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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성고문 사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런 폭압 가능한가, 우리 어떻게 살았나" 울컥
"사과 못 받아…5·18·형제복지원 등 양심선언 기대"
"윤석열, 전두환 정치 핵심이 '피'인데 잘했다니"

1월 9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국회의원 회관 의원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월 9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국회의원 회관 의원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슬 퍼런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을 억압한 전두환 정권. 당시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그런 시대를 살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어떻게 한 사람이 그런 식의 폭압적 정치를 가능…모르겠다"고 감정이 격해지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권 의원은 24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5·18민주화운동 등 폭압에 희생당한 분들이 감정을 정리나 종료할 수 없게 이 사람(전두환씨)이 죽은 게 너무 답답하고 죄송스러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우리공화당 당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우리공화당 당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그는 이어 "살육과 고문의 주범이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고 사망한 것"이라며 "제 사건은 역사적인 판단이 끝나 제 사건이 마음이 많이 쓰였다기보다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마음이 그때는 참 많이 생각났다"고 토로했다.




직선제 요구 커질까 성고문 사건 조작·은폐한 전두환 정권

1989년 1월 29일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의 재정 신청이 신청 1년 3개월 만에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날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생인 권인숙(25)양이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진실을 밝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9년 1월 29일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의 재정 신청이 신청 1년 3개월 만에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날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생인 권인숙(25)양이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진실을 밝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권 의원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이자 해당 사건을 폭로하며 전두환 정권의 민낯을 알린 당사자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은 1986년 6월 당시 경기 부천서 소속 경장 문귀동이 여대생 권인숙에게 두 차례 성고문을 가한 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이 사건이 당시 재야와 학생운동 세력의 직선제 개헌 요구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고 이를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했다.

서울대 의류학과에 진학하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 권 의원은 대학에 들어간 뒤 진로를 바꿨다. 그는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전경 수백 명, 수천 명이 학교를 꽉 채우던 환경에서 시작했다"며 "생각했던 미래로 갈 수 없는 조건과 현실이 모든 걸 압도했다"고 떠올렸다.

대학 입학 후 유학을 생각했던 권 의원은 "학생운동을 하면서 삶의 기준점, 사람 관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유학을 갔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전두환 폭압 정치가…모르겠다, 말이 흔들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자리를 지키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자리를 지키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이 교체된 뒤인 1988년 7월 가해자 문귀동은 5년 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판결 이후 가해자 문씨는 물론 사건을 조작해 권 의원에게 무고죄를 덮어씌우려 했던 권력기관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권 의원은 전했다. 전두환 정권의 2인자이자 실세였던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장의 "권양 미안해"가 전부였다.

권 의원은 "사과는 못 받았다"며 "그때 장세동이 국가배상 관련 재판에 잠깐 나온 적이 있었고, 저희가 그때 서울구치소에 찾아갔다. 그때 장세동이 '권양 미안해' 하고 (들어갔던) 기억은 난다"고 회상했다.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씨가 25분 만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청하는 모습. 공식 석상에 노출된 전두환의 마지막 모습. 연합뉴스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씨가 25분 만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청하는 모습. 공식 석상에 노출된 전두환의 마지막 모습. 연합뉴스

권 의원은 "우리가 그런 시대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이라며 "어떻게 한 사람이 그런 식의 폭압적 정치를 가능, 아 모르겠다. 말이 좀 흔들린다"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전씨 사망을 계기로 과거 5·18민주화운동, 형제복지원 등 관련자들이 새로운 마음을 갖고 양심선언과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며 "역사적 숙제는 정말 저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촉구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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