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예술적 상상력' G# 단조
편집자주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샾(#)이 무려 5개나 붙은 조표를 쓰는 G# 단조는 악기 연주가 편한 조성은 아니다. 반음 올리는 음표가 많은 탓에 자칫 실수하기 쉽다. 그래서였을까, 이 조성으로 작곡된 곡도 그리 많지는 않다. 여느 단조들처럼 어둡고 슬픈데, G# 단조만의 특징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작곡가들이 시를 읽거나 그림을 보고 악상이 떠올라 만든 곡들이 있다.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애상적이고 신비로운 조성이다. 프랑스 작곡가 라벨은 알로이쥐 베르트랑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밤의 가스파르'라는 피아노곡을 썼다. '물의요정' '교수대' '스카르보'라는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스카르보'가 G# 단조로 쓰였다. 스카르보는 달밤에 나타나 사라지는 요정의 이름으로, 장난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장재진 기자(장): '스카르보'는 피아노 레퍼토리 가운데 연주 난이도가 가장 극악스러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테크닉도 어렵지만 요정의 그로테스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는 그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작곡가에게는 건축가이자 화가인 하르트만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르트만은 동맥류 파열로 급사하고 만다. 그러자 하르트만의 다른 친구가 하르트만이 생전 그렸던 그림을 모아 추모 전시회를 열었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르그스키가 그 추모전을 보고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장: 전람회의 그림은 모두 10개의 주제를 담은 곡들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중세의 성을 그린 그림과 커다란 바퀴가 달린 소달구지를 그린 그림을 보고 작곡한 '고성' '비들로(Bydlo)'가 G# 단조의 곡들이다. 애상적이고 고적한데, 듣는 사람에게 그림 속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2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홍석원 지휘자와 광주시립교향악단이 이 곡을 연주한다.
지: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자신의 교향곡 3번에서 특히 유명한 2악장을 G#단조로 썼다. 어둡지만 신비롭고, 또 명상적인 이 곡은 가슴 깊은 곳을 적셔온다. 잠든 사이에 사라져 버린 아기를 찾아 헤매는 핀란드 신화 속의 여인 마르야타(Marjatta)의 탄식을 닮은 듯하다.
장: 이 조성으로 쓰인 또 다른 작품으로는 리스트가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가 있다. '종'이라는 뜻의 제목을 갖고 있는 이 곡은 작고 청명한 종소리를 묘사했다.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의 원곡을 편곡한 작품답게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또한 기교적인 곡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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