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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억대 결제' 개인방송 앱, 또다시 유사 사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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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등생 억대 결제' 개인방송 앱, 또다시 유사 사건 발생

입력
2021.12.05 16:22
수정
2021.12.05 16:4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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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아동, 부모 카드로 '후원금' 370만 원 결제
'앱 마켓 수수료 30%' 떼고 환불받는 걸로 일단락
"생체인식 등 결제자 확인 절차 둬야" 대안 요구

하쿠나라이브 접속 화면 캡처

하쿠나라이브 접속 화면 캡처

지난해 초등학생이 부모 동의 없이 1억3,000여만 원을 결제해 논란이 일었던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하쿠나라이브'에서 또다시 미성년자 고액 결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불을 요구하는 부모에게 앱 운영사가 결제액의 70%를 돌려주는 것으로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온라인 결제 과정에서 본인 인증 절차와 구제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쉬운 가입, 쉬운 결제… 환불은 난항

5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40대 주부 정모씨는 지난달 자신의 카드 사용 명세를 살피다 초등학생 아들 A(10)군이 10월 31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하쿠나라이브에서 370여만 원을 결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제액은 모두 해당 앱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호스트'들의 후원금 명목이었다. 정씨가 예전에 A군 휴대폰으로 학업에 필요한 앱 결제를 해주고는 카드 정보를 남긴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A군은 구글 앱스토어에 자동 등록된 어머니 카드로 별다른 추가 인증 없이 결제를 했다.

정씨는 하쿠나라이브 운영사인 B사와 결제 플랫폼을 제공한 구글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두 회사 모두 "원칙상 환불이 불가능하다"라고 답변했다. 아들 A군이 무단 결제를 하게 된 저간의 사정을 설명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정씨는 B사를 상대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사건 중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1억3,000만 원 결제' 사건을 겪은 초등생 아버지에게 자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자 B사는 지난달 말 "구글에 지급하는 결제 플랫폼 수수료(결제액의 30%)를 제외하고 환불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양측은 정식 중재 절차에 돌입하기 전 합의했다. 정씨는 "수수료를 왜 제하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았지만, 사측이 이전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내놨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B사는 지난해 사건 이후 미성년자의 하쿠나라이브 가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유사 사건을 막지 못했다. 미성년자는 휴대폰 초기 설정 과정에서 부모의 구글 계정을 등록한 뒤 이 계정으로 다른 앱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례가 흔하다. A군 역시 부모의 구글 계정으로 하쿠나라이브 앱에 가입했다고 한다.

'부모 명의 도용' 핵심 비껴간 대책

올해 9월 한 초등학생이 부모 카드로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BJ(방송 진행자)들에게 총 700여만 원의 후원금을 결제한 사건이 알려졌다. 후원을 받은 한 유명 BJ는 "환불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본인이 받은 후원액을 학생 측에 직접 돌려줬다. 유튜브 캡처

올해 9월 한 초등학생이 부모 카드로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BJ(방송 진행자)들에게 총 700여만 원의 후원금을 결제한 사건이 알려졌다. 후원을 받은 한 유명 BJ는 "환불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본인이 받은 후원액을 학생 측에 직접 돌려줬다. 유튜브 캡처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미성년자 결제 피해는 대개 '부모 명의 도용' 형태로 발생한다. 가입과 결제를 모두 부모 명의로 진행했기 때문에 중재기관에서 합의를 보기도 쉽지 않다. 김상태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는 "부당이익 반환 청구 등 민사소송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이 경우 '아이가 결제 주체였다'는 점과 '부모는 해당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명확하게 소명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응책으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식으로 상정했지만, 법안은 주로 미성년자 명의 결제한도 설정에 초점을 맞췄을 뿐 정작 명의 도용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명의 도용 결제 사례까지 법적 구제 대상으로 규정할 경우 성인들이 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크다"라고 해명했다.

"인앱결제에 발 묶여서" 사업자도 난감

업계에선 앱 사업자가 인앱결제(앱 마켓 운영사가 개발한 시스템을 통한 결제) 대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운용하면 미성년자 무단결제 피해 방지에 도움이 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현행 인앱결제 방식은 결제 편의성에 치중해 결제 당사자 확인에 소홀한 만큼, 앱 운영사가 지문과 같은 생체 인식 기법 등을 도입해 결제자 인증 절차를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글 등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들이 갑(甲)의 위치에서 인앱결제 방식을 종용하고 있는지라 이 같은 대안이 당장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행 제도에선 피해 부모가 환불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앱 사업자가 앱 마켓이 떼어간 수수료를 고스란히 손해로 떠안아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보통 결제 사고가 나면 부모들은 구글 같은 앱 마켓 사업자보다는 앱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며 "사업자가 결제 전액을 돌려주게 된다면 구글이 플랫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 결제액 30%는 고스란히 사업자 손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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