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 호주에서 연일 ‘종전선언’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14일 호주 야당 대표를 만나서도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종전선언 당사국도 아닌 나라에서 계속 가치를 부각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임기 끝까지 진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드니에서 앤서니 노만 알바니즈 호주 노동당 대표를 만나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은 70년간 지속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바꿔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전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은 대화를 시작하는 모멘텀”이라고 강조한 발언의 연장선에 있었다.
문 대통령이 호주에서 종전선언 ‘띄우기’에 나선 건 여론전 성격이 짙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면서, 세계 각국의 지지를 토대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명분을 얻겠다는 의도다. 모리슨 총리와 알바니즈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적극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ㆍ코스타리카 정상회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화상회의 등 외교무대를 종전선언 여론 형성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10일 인권 유린을 이유로 북한에 첫 제재를 단행하는 등 북미관계가 꼬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 임기 말까지 한반도 비핵화 작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모리슨 총리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날 시드니에서 현지 기업인들과 광물 공급망 간담회도 가졌다. 문 대통령은 “호주에 한국은 3번째로 큰 광물수출 시장이고, 한국은 호주로부터 전체 광물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받고 있다”며 “두 나라가 굳게 손잡는다면 공급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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