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김학의ㆍ윤중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 사건을 9개월 동안 수사한 뒤 다시 검찰에 넘겼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유출한 혐의에 대한 기소 판단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과 합치는 게 맞다고 공수처는 설명하고 있지만, 애초 사건을 넘겨받았을 때 충분히 재이첩 결정이 가능했던 사건을 9개월 동안 끌어안고 있었던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가 이 검사 사건을 이첩받는 과정부터 잡음이 적지 않았다. 당초 이 검사는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공모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만나 면담한 자료를 조작한 사건도 검찰 수사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공수처는 올해 3월 허위 면담보고서 사건만 검찰에서 이첩받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관련된 사건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하거나 재이첩해 달라는 검찰 요구도 거부했다. 그러는 사이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이 검사를 불법출금 혐의로 기소했지만, 공수처 수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재판은 공전될 수밖에 없었다.
공수처는 이 검사를 세 차례 소환조사하고 이 전 비서관 자택도 압수수색했지만 기소 판단 여부는 알려진 게 없다. 9개월 동안 수사하던 사건의 재이첩 과정뿐 아니라 수사를 종결한 뒤 처분은 검찰에 떠넘기는 의도 또한 석연치 않다. 어떤 처분을 하든 정치적으로 논란이 뻔한 대선 국면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검찰에 사건을 반납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공수처의 출범 첫해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조직의 운명을 걸었던 고발사주 사건까지 지지부진하면서 1년 동안 피의자 한 명도 기소하지 못하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이런 수사 능력으로는 야당의 공수처 폐지 주장을 감당하기 어렵다. 내년부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재출범의 각오로 조직을 일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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