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법/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범그리스도교 간담회’에서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 신부 주장
가톨릭은 앞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를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소명을 가톨릭 공동체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고 또 다른 사람들도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옛날 교리를 가지고 계속 논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훈 예수회 신부
천주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국내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가 ‘가톨릭 교회의 신앙과 윤리관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성소수자 관련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러한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교계에서 나왔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천주교의 입장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박상훈 신부는 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범그리스도교 간담회’에 참석해 ‘침묵하는 한국 가톨릭에서 차별금지법을 말한다는 것’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이처럼 주장했다. 박 신부는 가톨릭 교리가 오로지 부부 사이의 사랑과 자녀 출산이라는 목적으로만 성관계를 허용하기 때문에 동성애 안에서 이뤄지는 성적 행위는 죄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인간의 권리에 피해를 주거나 침해하는 행위를 교회가 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다양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 질병이 아니라 인간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성향 가운데 하나라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박 신부는 “현실을 보자면 동성애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가 많이 나타났는데 가톨릭 교회의 교리는 전근대적이고 진전이 없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여러 과학적 접근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톨릭 교회는 사실 인간의 존엄을 아주 강력하게 옹호해왔고 죽음을 불사하고 인간 존엄을 위해서 싸워 왔는데 성윤리에 관해서는 전혀 다른 대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불일치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 문제가 단지 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의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신부는 "그들이 이른바 주류 사회의 생각에 의해서 얼마나 고통을 받아왔는지, 자살을 한다든지, 극심한 혼란 속에 자기 삶을 견뎌왔는지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는 도저히 우리가 누구를 돌보고 염려하고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신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천주교 교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 신부는 “성소수자 문제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자체가 가톨릭 안에서는 봉쇄되고 있다”면서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담화문을 냈을 때도 성소수자, 동성애 문제가 (법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교구에서 메시지를 조금 더 강하게 냈는데 제가 듣기에 이게 교회 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목자들의 발언인가 생각할 정도의 담화였다"면서 "두 성명 때문에 논의를 진척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치는 공동선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기에 가톨릭 신앙인들은 반드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렇게 호소했다.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가톨릭 교회가 겉으로는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변에 있는 사고가 그렇지는 않다. 누가 이런 차별을 용인하는 현상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용기를 가지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진척시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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