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9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최초 달성했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 어린이였던 필자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100억 달러 달성 기념우표 수집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서 기다렸다. 한국산 최첨단 제품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은 상상 못 하겠지만,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964년 당시 우리의 일등 수출 품목은 가발이었다. 가난하고 궁핍했던 그 시대 어머니, 누나들은 생계를 위해 긴 머리카락을 팔았고, 한국산 인모(人毛) 가발은 인기가 많았다. 대한민국 수출의 미미한 시작은 결국 작년 코로나19 와중에 사상 최대 6,445억 달러의 수출을 일궈냈다. 57년 만에 6,445배가 증가했으니 기네스북에 오를, 인류 역사의 위대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작년 또 하나의 신기록은 59년 만에 일궈낸 295억 달러의 역대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다. 우리나라 최초 외국인투자는 1962년 이탈리아 피아트사가 아세아자동차공업에 투자한 300만 달러이다. 이후 고미(트랜지스터), 모토롤라(반도체) 투자 등 시대별 첨단산업의 선진기술과 경영노하우 확보로 1997년 외환위기 극복과 소부장, 백신, 재생에너지 등 공급망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뒷걸음칠 때 우리나라는 K-방역 선전 속에 봉쇄조치 없이 공장을 돌렸고, 해외 바이어들 간에 믿을 만한 제품은 Made in Korea밖에 없다는 'K-프리미엄'에 힘입어 수출과 외국인투자로 우리 경제의 견실한 회복과 성장을 이끌었다.
이제 무역과 투자, 통상의 삼두마차로 대한민국 통상당국은 수출 7,000억 달러 시대, 글로벌 7대 강국(G7) 도약에 도전하고자 한다. 통상교섭본부에 무역·투자·통상의 3대 기능을 통합한 건 중요한 비밀병기이다. 우리나라는 개방형 통상국가의 비전하에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85%인 미국, EU, 중국 등 58개국과 18건의 자유무역협정(FTA) 고속도로를 깔아 놓았다. 이제는 이 시장에 우리의 자동차, 휴대폰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바이오헬스, 화장품, 농수산식품, 그리고 K-콘텐츠까지 수출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1인 창업가 등도 디지털 상거래를 통해 수출 역군으로 동참 가능토록 통상이 지원할 것이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글로벌 백신파트너십으로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우리의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했듯, 통상에서 배터리, 백신, 수소 등 공급망 분야 양질의 외투 유치를 위해 거간꾼으로 적극 역할 할 것이다.
향후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파고를 헤치며 달릴 무역·투자·통상의 삼두마차에 우리 기업들이 동승해 원팀 코리아(One Team Korea)로 수출 7,000억 달러, 아니 1조 달러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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