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7시 공사 시작인데 이른 새벽부터 개시"
전문가들 "시공사 해명대로라도 양생시간 짧아"
외벽 붕괴 사고를 일으킨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은 최근 2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사전 신고된 시간을 초과해 공사를 진행하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한 공기 단축이 주요 사고 원인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인근 주민들은 시공사 측이 정해진 공사 시작 시간을 어기고 이른 아침부터 공사를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건물이 있는 2단지에서 사전에 신고한 '특정공사'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가 2020년 2월, 5월, 6월과 지난해 6월, 8월에 각각 구청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특정공사란 펌프, 굴착기 등 일부 지정된 장비를 사용하는 공사로 신고된 시간에 한해서만 진행할 수 있다. 이들 5번의 제재는 모두 주민 민원을 통해 적발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신고 시간을 초과한 작업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단지 공사가 규정보다 이른 시간부터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해당 단지 작업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공사가 새벽부터 시작되는 일이 수개월째 반복됐다는 입장이다. 홍석선 금호하이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9일 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오늘도 새벽 6시 몇 분부터 공사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 (소음 등으로) 고통받는 민원인들을 생각해달라"며 조치를 요구했다. 금호하이빌은 현대아이파크 공사에 따른 피해를 호소해온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다.
홍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현대아이파크 시공사 측이) 매일같이 밤낮으로 작업을 했고, 땅파기를 할 때는 오전 5~6시부터 장비를 가동하고 덤프트럭을 운행했다"며 "지난해 이맘때 눈 오는 날에도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최근에는 해질녘까지 공사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고 원인을 두고 공기 단축 문제, 특히 콘크리트 양생 작업이 무리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외벽 붕괴가 일어난 201동의 경우 지난달 24일 38층에 콘크리트를 붓고 18일간 양생했고 지난달 30일 38층과 39층 사이 PIT층(설비와 배관이 지나는 층) 벽체를 타설하고 12일간 양생했으며, 사고 당일인 11일엔 39층 바닥 슬래브 타설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층별 콘크리트 타설 작업 때마다 2주 안팎의 충분한 양생 작업을 거쳤다는 취지다. 회사는 전날 입장문에서 "그간 공사가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돼 (이제 와서)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공사가 밝힌 대로라도 양생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여름철과 달리 겨울철은 더 오래 양생해야 하고, 양생 기간 중 기온이 너무 낮거나 눈이 오면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아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에도 층마다 18일가량 양생을 해야 하고, 겨울철엔 2, 3일의 여유를 더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건축설계사는 "겨울에는 콘크리트 안에서 수분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제 강도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사고는 양생이 덜 된 콘크리트가 흘러내린 꼴이라 공기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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