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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연초부터 군사작전 최고 지휘기관인 합동참모본부가 어수선하다. 철책 월북사건과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로 안보 태세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합참 공보실장 인사 번복 논란까지 빚어졌기 때문이다. 육군은 지난달 24일 대령 인사에서 김모 합참 공보실장을 수도방위사령부 정훈공보참모로, 이모 대령을 신임 합참 공보실장으로 발령냈다. 그러나 보직교대를 위한 합동근무 기간 동안 김 대령은 유임되고 이 대령은 수방사 참모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로써 김 대령은 지난 3년 근무에 이어 최장수 ‘합참 스피커’가 됐다.
□ ‘인사명령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보실장 보직을 맞교대시킨 인사 자체가 이례적이다. 하지만 합참과 육군은 재보직 심사를 거친 정상적 인사라는 설명이다. 합참 공보실장의 과중한 업무에 부담을 느낀 이 대령이 합참 지휘계통에 전속을 요청했고 합참과 육군이 협의 끝에 재보직 심사를 거쳐 맞교대로 조정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합참 고위관계자들이 전속을 요청한 이 대령을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불가항력이어서 재보직 심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 하지만 합참 주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번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참 공보실장은 육해공군 대령 누구나 선호하는 요직인데, 합참 공보실 총괄장교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 대령이 업무 부담 때문에 보직 교체를 요청했다는 설명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통상 한 보직에 2~3배수 후보자를 올려놓고 심사하는 육군 인사 관례에 따르더라도 기존 후보자 대신 3년이나 근무한 장교를 유임하는 인사는 이례적이다. 고위 장교가 인사 명령에 불복해 보직 변경을 요청한 전례가 없는 터라 인사군기 문란에 해당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그러다 보니 ‘공보실장 맞교대에 합참 고위관계자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보직교체 소동 와중에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사거리 혼선까지 빚어지면서 ‘합참 스피커가 고장 났다’는 쓴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철책 경계가 무너지고 북한 도발이 위험수위를 넘는 군사대비 태세 위기 상황에서 합참의 인사 잡음이 안보 불안을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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