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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자백했지만 '무죄', 왜?... 대법 "증거 수집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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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자백했지만 '무죄', 왜?... 대법 "증거 수집 위법"

입력
2022.01.21 13:50
수정
2022.01.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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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안산 일대서 20여차례 불법촬영
대법 "위법수집 증거 해당" 무죄 확정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공장소에서 수십 차례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무죄를 확정 받았다. 경찰이 피고인의 휴대폰을 분석하면서 참여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 받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3~4월 경기 수원시와 안산시에서 다수 피해자들을 상대로 20여 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당초 A씨가 2018년 3월 화장실로 쫓아가 휴대폰 촬영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범행을 수사하고 있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A씨 휴대폰 2대를 확보해 분석했다. 그러나 애초 수사대상이 된 피해자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다른 여성들을 상대로 한 불법 촬영물만 포착됐다. 경찰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해 A씨를 검찰로 넘겼고, 검찰도 그를 기소하면서 해당 촬영물을 증거로 제출했다.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했으나,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발부된 영장은 다른 범죄에 대한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휴대폰 탐색 과정에서 별도 범죄 혐의 촬영물을 우연히 발견했으면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경찰은 이들 동영상을 탐색·촬영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동영상들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 동의가 있었더라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경찰이 A씨에게 참여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경찰이 발견한 불법 촬영물과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사이의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휴대폰 탐색·복제 과정에서 A씨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수사단계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압수 절차의 위법성을 다투지 않았다거나, 영장 혐의사실과 비교해 범행 방법이 동일해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는 위법수집 증거라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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