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설 명절을 맞아 각국 대사들에게 보낸 선물세트 상자에는 독도를 연상시키는 일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대통령 내외 명의로 된 선물은 주한 일본대사관에도 발송됐는데, 아이보시 고이치 대사가 ‘독도 추정 그림’을 이유로 수령을 거부하고 반송한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일본대사관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 주장까지 하며 청와대에 항의했다고 하니 도를 넘은 일본의 트집 잡기가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설을 앞두고 외교사절뿐 아니라 각계 원로와 코로나19 의료진, 사회적 배려계층 등 1만5,000여 명에게 전통주와 지역 특산물이 담긴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임기 100여 일을 남겨 둔 청와대가 마지막 설 선물에 굳이 반일 감정을 담아 전달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가 된 선물상자 그림에서 독도 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일장기를 연상시켜 한국인이 보기에 거북한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선물 문제를 공론화시켜 한일 갈등을 부추긴 일본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최근 일본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한국인 강제노동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꽉 막힌 한일 관계 현주소를 보여주는 선물 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도쿄 총리 공관에서 열린 한일정상 오찬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1년을 기념해 딸기케이크를 깜짝 선물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가 안 좋아 단것을 잘 못 먹는다”고 사양한 적이 있다. 정상 간 선물도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서로 배려해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였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한국 정부를 비난할 빌미를 제공한 청와대로선 사려 깊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선물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일본 대사가 공연히 선물상자의 그림을 문제 삼아 이를 돌려보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옹졸한 행태다. 설 선물마저 외교가 아니라 정치영역에 놓고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한일관계는 감정적으로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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