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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콜플 아닌 일반인과 함께… 앰비규어스 신작 연습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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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콜플 아닌 일반인과 함께… 앰비규어스 신작 연습 현장 가보니

입력
2022.02.15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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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규어스 신작 '홀라당!' 서울 예술의전당 18~20일
제작 전 과정, 무대 출연까지 일반인 참가
김보람 단장 "누구나 춤출 수 있다는 것 증명"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이 10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신작 '홀라당!' 공연을 위한 준비다. 서재훈 기자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이 10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신작 '홀라당!' 공연을 위한 준비다. 서재훈 기자

"원, 투, 스리, 포…"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모인 10여 명이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에어로빅 센터가 아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의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연습실. 사람들이 오른쪽, 왼쪽으로 한 발씩 움직이며 서서히 몸을 푼다. 강한 비트의 음악이 고수의 북장단처럼 박자를 맞추면, 지난해 안방극장을 후끈 달군 '스트리트 우먼파이터' 같이 한 명씩 나와 자신만의 춤을 춘다. 감탄이 나오는 전문 무용수들의 춤 사이로 힙합,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 어느 장르로도 규정 짓기 어려워 보이는 몸짓이 보인다. 그 족보 없는 춤엔 생명력과 자유로움이 넘쳤다.

2년 전 '범 내려온다' 열풍을 일으킨 국악밴드 이날치부터 지난해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까지. '컬래버(협업)' 작업으로 유명한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이번엔 전혀 다른 파트너를 골랐다. 바로 일반 대중이다. 18일부터 사흘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신작 '홀라당!'의 제작 전 과정에는 일반인들이 참여한다. '곶감'이란 별명으로 등장, 함께 춤을 춘다. 연습실에서 본보와 만난 김보람 단장 겸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모든 사람이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또 예술적 감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신작 '홀라당!' 공연을 준비하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과 일반인들이 이달 10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함께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신작 '홀라당!' 공연을 준비하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과 일반인들이 이달 10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함께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마이리틀앰비규어스'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전 과정을 관객과 공유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 단장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참가자 모집 공고를 내 안무, 음악·음향, 무대기술·디자인, 조명, 의상디자인, 홍보·마케팅 총 6개 분야에서 50명을 선발했다. 10~40대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지난해 11월부터 준비를 했고, 회의 하나하나도 모두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다행히, 현재까지는 순항 중이다. 작품 주제 '개인주의의 시대, 그럼에도 함께하는 것의 힘'이나 제목 '홀라당!'도 곶감 즉 일반인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물이다. 안무, 음악, 포스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등 전 분야에 걸쳐 곶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대학원생 곶감인 이령경(25)씨는 "오랜만에 함께하는 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과 일반인들은 10일 오후 4시부터 약 6시간 동안 서초구 연습실에서 춤을 췄다. 서재훈 기자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과 일반인들은 10일 오후 4시부터 약 6시간 동안 서초구 연습실에서 춤을 췄다. 서재훈 기자

본격적인 춤 연습은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됐다. 7명의 전문 무용수를 포함해 총 22명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매일 5~6시간 땀을 흘리고 있다. 이날도 오후 4시부터 출연진 절반가량이 연습실을 찾았다. 나머지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화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자의 집에서 연습에 참여했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각자의 안무 아이디어를 들고 오면 이를 전문 무용수들과 함께 다듬어 가는 식이었다. 처음엔 막춤 같던 몸짓도 어느새 제법 틀을 갖춰갔다. 곶감들의 눈빛은 '춤꾼' 못지않게 진지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매일 연습하러 온다는 양준이(17)씨는 "백지에서 시작해 (공연)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보람 있다"며 웃었다.

신작 '홀라당!' 공연을 일주일여 앞둔 이달 10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한창 춤 연습을 하고 있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과 일반인 참가자들의 모습을 360도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모습. 서재훈 기자

신작 '홀라당!' 공연을 일주일여 앞둔 이달 10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한창 춤 연습을 하고 있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과 일반인 참가자들의 모습을 360도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모습. 서재훈 기자

합작의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이런 방식의 작업을 또 하겠느냐고 묻자 김 단장은 바로 손사래를 쳤다. 악화하는 코로나19 상황에 평소 공연의 약 세 배에 달하는 인원(약 60명)을 끌고 가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엄청 컸다고 한다. 다만, 김 단장은 "해외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하면 또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다"며 일반인과의 합작에 애정을 보였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올여름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대표작 '바디콘서트' 등을 공연한다. 코로나19로 연기된 지 약 2년 만이다. 김 단장은 "누구나 예술적 감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적 감성"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란 단단한 믿음이 묻어났다.

오는 18일부터 3일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신작 '홀라당!' 포스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제공

오는 18일부터 3일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신작 '홀라당!' 포스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제공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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